전업주부는 크게 하는 일도 없고 놀고 먹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집안일이라는게 해도 티가 안나고 안하면 팍팍 티가 나는 일이다.
노동으로 계산해보면 연 4천만원이 안되는 일이라는데 딱히 월급을 주는 사람도 없다.
돈 벌어다 주는 남편에게는 괜히 미안하고 아이들에게는 잔소리꾼정도로 인식되는
그다지 재미있는 직종이 아닌 것이다.
나이 마흔에 다시 일자리를 찾아나선 주부의 이야기는 남의 일 같지 않게 짠하다.
초급대학을 졸업하고 서점에서 일을 하다가 결혼후 전업주부가 된 스즈키는 아이가 크면서 일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낮잠과 드라마를 즐기는 전업주부의 자리는 뭔가 가치가 없는 것 같은
상실감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이 나이에 일할 자리가 있긴 할까.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엄마가 일하는 것을 반대하더니 이제 집에서 빈둥거리는(?) 엄마가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더구나 불황이 계속되면서 남편역시 은근히 아내가 일을 해서 돈을 벌었으면 한다.
젊은이들도 일자리가 없다는데 경력단절에 자격증도 없는 스즈키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을 보니 애처롭다. 우선 자신감부터가 없다보니 자신이 무슨일을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어렵게 구한 첫 직장에서는 타이핑부터 다시 배워야 했고 일이 서툴러 주눅이 든다. 결국 수습 3개월만에
손을 들고 다시 찾은 료칸청소는 그녀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어서 다행이었다.
머리로 하는 일보다 몸으로 하는 일이 더 맞는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찾아낸 일이다.
하루 4시간 땀을 흘려야하는 일이지만 정돈된 객실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행복해한다.
자신에게만 의존했던 가족들은 그녀를 도와 집안일을 거들고 스즈키역시 자신이 번 돈으로 집안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흔히 우리는 블루칼라보다 화이트칼라를 더 품격있게 느낀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정당한 노동은 전혀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즈키는 그런 점에서 용기가 대단한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이혼적금을 들어야 한다는 세태가 좀 아쉽기는 하지만 졸혼이 등장한 요즘 현실감있는
대책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료칸 청소도 적성에 잘 맞지만 웹툰작가로서 더 큰 능력이 있지 않을까.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고 코믹하게 잘 그려냈다.
몸으로 하는 청소원도 하고 이렇게 웹툰작가로서도 능력을 마구 발휘했으면 좋겠다.
청소원도 웹툰작가도 정년이 없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그녀의 다음 작품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