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많은 세상이다. 밖으로 보면 너무나 오랫동안 불황이 계속되고 있고 요상한 대통령들때문에
나라마다 시름이 깊다. 밖이 이모양이니 안의 모양도 편하지 못하다.
경제는 기우뚱거리고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알바로 버티고 있다.
참 희망이 보이지 않는 요즘같은 시국에 누군가 '너무 고민하지 말아요'라며 어깨를 토닥여
준다면 코끝이 찡할 것만 같다.
일본의 불교는 우리와는 조금 다른 듯 하지만 부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은 같아보인다.
이 책의 저자는 바로 사찰의 주지 스님이시다. 늘 마음속으로만 흠모하는 불교의 단점이라면
너무 산속에서만 묻혀 근접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하나 이렇게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설법으로 다가온다면 가까이 하고픈 종교가 되지 않을까.

새해가 되다보니 지리멸멸했던 일상도 쇄신해보고 싶고 더덕더덕 붙은 살이며 잡다한 번뇌까지 털어내고 싶었다.
그런 기대로 펼쳐든 책속에는 그동안 어렵다고 여겼던 문제들을 너무도 가뿐하게 털어내는 비법이 숨어있다.
지금 바로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지, 그 소중한 것들을 담으려면 결국 비우는 것이 먼저라는 말들이 다감하다. 그리고 도를
닦는 고승의 고언이니 더 와닿았는 말은 '감정을 숨기지 말고 표현하라'는 것이었다.
대체로 종교적인 조언들은 '참으라'였던것 같은데 이렇게 감정을 마구 쏟아내도 좋다는 뜻인지.
'원망과 하나되면 용서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미움과 하나가 되면 사랑의 아름다움에 더 깊숙이 다가갈 수 있다'는 말이 그렇게 편안하게
다가온다. 내 마음에 들끓는 원망고 증오도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이니 분출하면서 정화시키라는 말 같았다.

그동안 나를 스쳐갔던 무수한 인연들은 모두 내게 소중한 존재였을까.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이라면 결코 가벼운 인연은 없었을텐데. 나는 그 모두를 기억하지 못한다.
태어날 인연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어 혹독한 환경에서 힘들게 살아야 하는 사람도 있다.
다만 내 선택이 아니었으니 혹독한 삶도 내 탓이 아니라고 주저앉을 것인가. 그런 인연을 바꾸려면 만남을 소중히 하라는 것은 나역시 상대에게 혹은 내 운명에게 소중하게 다가가라는 뜻이 아닐까.

아무리 백세시대라고는 하지만 그 절반의 시간을 넘고 보니 늙어가는 일이 참 두렵다.
어차피 벗어날 수 없는 필연이라면 단념하고 쇠락해가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잃어가는 것 만큼 쌓아가는 경험의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라면 늙어가는 시간들이 조금쯤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아침에 꾸물거리지 말고 일어나라거나 현관과 화장실을 청소하고 먼저 인사를 나눠보라는 등의 이야기는 참소소한 듯 보이지만 하루를 여는 마음연습같은 공부가 될 것 같다.
너무 힘들때는 그 자리에서 벗어나 멀리 떠나보라는 조언도 힘이 된다.
주지 스님의 따뜻한 말이 늙어가는 여인에게 다가오니 이토록 편안해질 수가 없다.
누구든 생각이 많고 힘이 든다면 가볍게 펼쳐보시길...책을 덮을 때 쯤이면 마음도 가벼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