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7.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한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으면 온통 정신이 없다. 1월이 그런 달이었다면 2월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신발끈을 조이는 달이라고 생각한다.

이 달의 표지는 참 흥미롭다. 요즘은 보기 드문 저울로 복주머니를 달아맨 사진은 과연

올해 우리가 받을 복은 얼마나 될지를 가늠해보는 것 같다.

복이랄 것도 없지만 제발 이 뒤숭숭한 세상이 좀 진정되고 먹고 사는 일이라도 편해졌으면 싶다.


 


아랫방에 불을 뜨끈하게 때고 엎드려 샘터를 읽는 재미는 정말 좋았다. 곁에 군고구마라도 있으면 금상첨화일텐데.

특집 '이 노래 들으면 추억이 생각나요'를 보니 얼추 40여년 전 졸업식을 끝나고 교문을 나서는데

뒤에서 들리던 진추하의 '졸업의 눈물'이 떠올랐다. 그 날 나는 베프들과 함께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었다.

지금은 하늘을 찌를듯한 빌딩으로 이국적인 풍경이 되어버린 해운대는 당시 참 조신한 색시같은 모습이었다.

인어상의 가슴을 보면서 쿡쿡거리던 친구들중 한 명은 수녀님이 되고 한 명은 교수가 되었다.

뭐 나는 섬각시가 되었고.


 


TV에서도 체조가 나온다거나 스트레칭운동이 나와도 시큰둥했던 내가 5분 스트레칭을 보는 순간 눈이 확 떠졌다.

몇 년전 왼쪽 손가락에 마비가 와서 수술을 한 적이 있었다. 팔꿈치 신경이 눌렸었다고 했는데 그 이후 마비된 손가락은 살아났는데 가끔 통증이 와서 걱정스러웠던 참이었다. 정말 이 정도의 스트레칭만 해도 좋아질 수 있을까.

너무 간단해서 눈에 쏙 들어왔다. 열심히 해서 이 불편함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봐야 겠다.


 

 


서울 중림동의 약현성당은 수녀가 된 친구의 남동생이 결혼식을 올린 곳이다. 내가 알기로 조선시대 이 근처에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가 살았다는 설도 있고 '약현'이라는 지명이 근처에 약초를 재배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것은 몰랐었다.

이국적이면서도 단아한 저 건물이 바라봤던 시간들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해진다. 오래묵었다는 것은 오래 지켜봐왔다는 뜻이기도 하니 나보다 더 오래 이 세상에 남을 성당의 모습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우리집에도 진돗개 한 마리를 키우고 있지만 동물이라면 질색이었던 내가 이 녀석을 키우면서 느끼는 감동이 참 많다.

입이 까다로와서 가끔 구박을 하지만 외따로 놓인 집을 지키고 외로움을 덜어주는 녀석의 힘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사람보다 동물이 더 진실되고 순수하다는 생각이다. 동물원 조련사인 저자가 낙타를 키우면서 느낀 이야기는 참 사람보다 낫구나...하는 감동을 준다. 다른 페이지에 있던 길냥이에 대한 이야기또한 우리가 동물들과 어떻게 공생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야기꾼 성석제의 이번 이야기는 국산인 듯 국산아닌 깨에 대한 이야기지만 절에 모여든 과객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시골 깨밭에 가서 깨를 사도 중국산을 섞어 판다는 순수하지 못한 할마시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순진한 촌부의 얼굴을 한 '할매장사'를 조심해야겠다 싶다.

"가짜는 아니지 먹을만은 할 거야. 두고두고 배는 아프겠지. 좀 비싸게 줬으니."했던 작가는 어떤 글을 썼을지 궁금하다.


노숙자에서 서울역 파수꾼이 된 이도림씨의 이야기며, 나도 좋아하는 갈치를 찜으로 요리한 할머니의 부엌수업.

아들에게 음성편지를 보낸 아버지의 사연이 담긴 '이등병의 편지'도 좋다.

오늘도 광화문네거리에서 시위현장을 지키는 아들녀석에게 음성편지를 아니더라도 손편지 한 장 보내야겠다.  창밖에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보고 있으니 춘삼월 샘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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