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너벨 퓨처클래식 6
캐슬린 윈터 지음, 송섬별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는 태어나면서 아무 선택을 할 수 없었다. 부모든 성(性)이든 시대이든.

그러면서 우리는 수많은 편견들을 만들어 누군가를 단두대위에 세우듯 처형시키곤 했다.

동성애자들이 그러했고 트랜스젠더들도 그러했으며 이 소설의 주인공인 웨인 블레이크 역시

그 희생자였다. 1968년 캐나다의 래브라도 해안 동남쪽의 크로이든 하버에서 태어난 웨인은

남성생식기와 여성생식기를 동시에 지니고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웨인이 아들로 자라길 바랐으며 실제로 웨인은 아들로 규정지어져 자란다.

성을 결정하는 기준이 페니스의 크기라니...당시의 수준이 그 정도였다.


 

 


웨인의 어머니 제신타와 웨인을 받았던 엄마의 친구 토마시나는 웨인이 반음양인이라는 사실을 숨긴다.

웨인의 아버지는 이 사실을 받아들였지만 웨인을 남자로 키우기로 결심했다. 물론 웨인의 선택은 없었다.

'장애', 혹은 '기형'이라고 표현하기도 힘든 신의 장난같이 한몸에 두성을 갖고 태어난 웨인은 점차 여성의 성징을 더 나타내지만 아버지의 억압으로 남자의 길을 가야만 했다.

싱크로나이즈 선수가 되고 싶었던 웨인. 왜 싱크로나이즈 선수들중에는 남자가 없을까.

웨인은 몰래 여자용 수영복을 사고 그 수영복은 바로 웨인의 성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이 된다.

남편과 딸 애너벨을 먼세상으로 떠나보낸 토마시나는 스스로 다시 일어서기 위해 크로이든 하버를 떠나고 이후 웨인에게 자신의 딸이었던 '애너벨'이란 이름을 물려준다.

그리고 웨인이 있는 그대로 세상과 맞서기를 바란다. 호르몬 치료로 남성성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지만

웨인의 몸은 점점 여성성을 향해 나아가고..


 


몸속에 고여있던 생리혈을 빼내려 병원에 간 웨인은 자신의 나팔관에 태아가 깃들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실제 양성을 가진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천형과도 같은 일들이 웨인에게 일어나는 동안

웨인은 남성을 버리고 여자의 삶을 꿈꾸기도 하지만 결국 어떤 선택이든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애너벨'이라고 불러주었던 토마시나는 웨인에게 '장애'가 아닌 또다른 질서라고 말해주었다.

모든 사람들이 이와같이 웨인을 봐준다면 그녀는 혹은 그는 불행하지 않을 것이다.

남과 녀, 흑과 백처럼 이분법적인 세상의 잣대가 존재하는 한 양성을 가진 웨인의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웨인', '애너벨'은 있는 그대로의 삶을 선택하는 것으로 남은 숙제는 독자들에게 돌린다.


자신의 선택도 아니었던 탄생의 비밀을 숨기고 살아가는 수많은 '웨인'들이 실제한다고 들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이들을 따가운 시선으로 보는 것이 사실이다.

태어난 고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죄는 아닌데 말이다. 음지에 사는 수많은 웨인을 위해 저자는 이 소설을 쓴 것이 아닐까. 웨인의 삶을 통해 토마시나의 시선을 덧 입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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