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말들의 위로 - 흔들릴 수는 있어도 쓰러지지 않는 인생을 위해
유선경 지음 / 샘터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겨울이란 계절은 고단했던 세 계절의 노동을 마무리하고 휴식하는 계절이다.

나름 자신의 창고엔 노고의 산물들이 그득할 수도 있고 다소 허망한 결과에 추운 계절을

지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모습이든 겨울이란 계절은 다소 허전하고 가슴이 시리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은 예외겠지만.

오랫동안 라듸오 프로의 작가로 일해온 저자의 독서량은 상당했다. 아무래도 청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을 쓰려면 많은 정보가 필요했을 것이다. 아니 저자의 글로 보면 아주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 할 수밖에 없었기에 작가라는 직업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마흔을 넘은 딸에게 늙은 아버지가 물었단다. '너는 뭐가 되고 싶으냐?'   10년이 훨씬 넘게 작가로 살아온 딸에게.

꿈과 직업은 다른 것일까? 꿈대로 바람대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순간 궁금해졌다.

'사람들은 마흔이 넘은 사람에게서 더 이상 가능성을 찾지 않는다'라는 말에 가슴이 시리다.

이미 그 나이를 오래전 지나온 나에게 가능성이란 정말 없는 것일까.


 


'삶에서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우리는 잃지 않는다....그것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라고 말하라.'

이 대목에서는 코끝마저 시큰해진다. 아무것도 내것은 없다. 법정스님의 말처럼 진리스럽다. 

다만 잠시 나를 거쳐가는 것일 뿐, 아무것도 내것은 없다. 심지어 나조차도 언젠가 돌아가리라.


 


저자가 읽었던 수많은 책들속에서 건져낸 많은 주제는 허기와 상실이었다.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딸의 말에 '맞아'라고 답했다는 엄마의 심정이 바로 허기와 상실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중년을 맞은 딸의 모습에서 그 어떤 것이 허기를 느끼게 했을까. 자기 밥벌이 정도는 하는 것

같은데 아직 가정을 꾸리지 않았을까. 나는 궁금했다.

하긴 모든 부모는 마흔이 넘든 오십이 넘든 그저 아기같이 보인다니 늘 허기가 느껴질지도 모른다.

저자가 수없이 허기와 상실을 얘기해도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위로와 용기 같은 것들이 솟아올랐다.

뭔가 비어있음으로 해서 오히려 충만해지는 안돈. 그리고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에서 바틀비가 '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에 저자처럼 처음에는 답답하다가 점점 속이 시원해지는 쾌감이 느껴졌다.

우리 모두는 '안 할수 있는 용기'를 저당잡히고 할 수없이 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

조금 게으르다고 조금 거칠다고 조금 맹하다고 기죽지 말자.

책 많이 읽은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이러했다. 그래서 행복했다. 맹하고 게으르고 조금은 비겹하지만 아직 나는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그래서 감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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