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마시는 카페
최지운 지음 / 네오픽션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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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이 즐비한 동네 회험동에 가면 신비한 카페 '아스가르드'가 있다.

튤립과 해바라기로 둘러싸인 정원을 지나면 마치 19세기 유럽의 어느 로코코양식의 기둥과

돔으로 이루어진 2층 목조건물이 방문객을 맞는다.

저마다 다른 이름드이 왼쪽 구석에 음각으로 새겨진 고풍스러운 테이블을 비롯하여 북유럽

신화의 신들이 그려진 프레스코화가 있고 특이한 음료와 디저트, 주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하우스이다.


 


이 카페는 특이하게 모든 메뉴에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이 붙여있다.

프로야구 홈런왕 타이틀을 수상한 최성혁선수, 아이돌 인기가수 유하, 인기작곡가 강태호,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조재덕감독, 베스트셀러작가 강훈들이 단골 손님이다.

매일 개업일이고 내일이면 폐업을 한다는 신비한 카페 아스가르드에 가면 신기한 경험을 하게된다.

오딘의 심술궂은 장난으로 과거의 내가 미래의 연인을 만나기도 하도 미래의 성공한 내가 과거에

실의에 빠진 나를 만나기도 한다.

말하자면 카페 아스가르드는 영국드라마 '닥터후'에 등장하는 타임머신을 닮았다.

그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서는 사람들은 모두 고독한 영혼을 지니고 있다. 아마도 신은 고독한

사람들에게 더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덜가진 사람, 결핍으로 고통스러운 사람, 잃어버린 연인과

시간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마법의 시간을 선물한다.


지금은 잘나가는 아이돌 가수 유하는 만난지 1주년 기념여행으로 떠난 제주도에서 교통사고로

죽어버린 선호오빠를 만나 지난 3년간의 고통스런 시간을 치유받는다.

우린 늘 후회를 한다. '그 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달라졌을까?'

가난한 강사였던 남자는 후에 인기베스트셀러작가가 되어 과거의 가난한 자신에게 칵텔일 한잔을

선물하기도 한다.  아 얼마나 멋진 상상인가.

왕십리역을 지나 회험역이라는 곳을 찾을 수만 있다면 나는 어떠한 댓가를 지불하고라도 가고 말 것이다.

과거 내가 가장 행복한 시간에 나를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신의 이름이 붙은 신비한 음료를 마시며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위로하고 십다.

미래의 나는 분명 과거의 지치고 비루한 나에게 아낌없이 칵테일 몇 잔을 사줄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를 떠나지 못하는 연인의 추억과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동생을 만날 수도 있다는 희망때문에 나는 회험동으로 향하는 612번이나 577번 버스를 기다릴 것이다.

찾기만 한다면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아름다운 웨이트리스가 슬쩍 쪽지를 건넬지도 모른다.

'미래의 너는 분명 과거의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단다. 지금 슬프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아.  이 시간에 도달할 너를 기다리고 있을테니...'


길지 않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잠시 상상의 세상에서 무척이나 행복했다.

신기한 카페 아스라르드에 들어서는 상상을 하며 미래의 나를, 과거의 나를 만나는 시간이었고 힘들었던 한해가 조금쯤 가벼워지는 경험을 했다. 작가의 상상이 만들어낸 신비한 카페에서 고독했던 영혼이 잠시 휴식을 가졌다.

촛불을 들고 고단했던 모든 이들이여 카페 아스라르드에서 치유의 시간을 가져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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