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인류의 기원이 시작된 곳이라 그런지 늘 그리운 고향같은 곳이다.
그런 바다 가운데 덩그라니 떠있는 섬은 그리움을 넘어 연모의 대상이 되었단다.
4년 동안 수십개의 섬을 찾았고 그중 45곳을 오롯이 담아낸 책이다.
그중 하나로 소개된 섬에 사는 나로서는 '섬'자만 나와도 고향소식을 만난듯 반가웠다.
해마다 겨울이 시작되는 요즘부터 날씨가 좋지 않아 수시로 뱃길이 끊기고 한 여름만 빼면 바람에 섬이
떠밀릿것만 같은 극심함만 없다면 섬은 조용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곳이다.
아무래도 내가 사는 섬을 어떻게 그렸을지 궁금해 가장 먼저 펼쳐보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녹산등대길을 압권으로 꼽은 것을 보니 제대로
섬을 느낀것이 맞다. 특히 억새풀이 일렁거리는 가을철이면 더욱 아름다운 곳이라 자주 찾게 된다. 100년이 넘은 거문도 등대의 역사며 외세의
침략으로 영국군이 주둔했던 '거문도사건'같은 사실도 기술되어 있고 섬 이름에 대한 유래도 퍽이나 자세하다. 3년 전쯤에 방문했다는데 진작
알았더라면 길동무를 해주었으련만.
30년도 더 지난 옛날에 부산에서 배를 놓치고 충무에 가서 어렵게 들어갔던 비진도를 보니 가슴이 울컥하다.
사진에 나온 저 해변에 텐트를 치고 고작 스무살의 어린 여학생은 한 여름 바닷가가 얼마나 추운지 몸소 체험했었다.
담요를 챙겨온 친구를 흉봤던 내가 너무 부끄러웠었다. 그 해변에서 죽어라 도망가던 돼지의 멱따는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 하다.
저자가 소개한 섬중 나는 고작 서너 곳을 다녀왔고 그중 하나에 터를 옮겨 살고 있다.
사진으로 만난 섬풍경들은 모두 닮아 있었다. 이제 섬에 살러 들어오는 사람은 맍지 않다. 자꾸만 비어가는 섬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음
좋겠다. 고립된 섬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온기가 남아있기를 바라기애.
다만 이 책을 보고 섬을 찾아오고 싶은 이들을 위해 뱃길이며 민박같은 정보가 좀더 자세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