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이지신(溫古而知新)이란 말은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로 '옛것을 익히어 새것을 앎'이란
뜻이다. '어른들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라는속담도 있다.
흔히 새것만 쫓고 열광하는 우리들에게 옛것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말이라고 하겠다.
과거의 역사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는 심오한 말도 있다. 이렇듯 지나온 시간속에 녹아있는 지혜를
건져내는 것이 진정한 현자가 아닐까.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중국지역학을 전공한 저자의 노고를 빌어 선인들의
역사를 통해 지혜를 얻고자 한다.
세상이 아무리 진화하고 질서가 바뀌고 가치관이 변한다해도 정신의 몸뚱이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기계의 능력이 우리를 잠식해도 고전의 중요함이 변하지 않는 것이다.
군웅할거시대이기도 했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인물들과 사건을 통해 지혜를 건져내는 저자의
솜씨가 대단하다.
'스스로 관대하고 남에게 혹독한 사람이 남의 위에 오르면 흔히 압제가가 되고 남의 아래에 있으면
광폭한 사람이 된다'.
매운 시집살이를 한 여인이 다시 매운 시어머니가 되는 이치와 다르지 않다.
영원할것만 같았던 진시황이 죽자 나가가 어지러웠다. 그 시절 난다긴다하는 장수들이 모두 패권을
다투었으나 미천한 출신의 백수건달 유방이 나라를 평정하고 한나라의 왕이 된다.
그가 비록 배운것이 없고 게으름뱅이였으나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 관대한 사람이었기에 그를
따르는 무리가 많았고 결국 한나라의 왕이 되었던 것이다.
'진정한 위인은 자신의 결점을 알기에 남에게 관대한 사람, 바로 보통 사람들 중에 있을지도 모른다.'
관대함을 가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관대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더 까칠해지는 사람이 많아지기도 한다.
진나라가 어지러웠을 때 유방이 나라를 평정한 것처럼 지금 우리곁에 유방과 같은 보통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승과 패를 오갔던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과연 공과 사를 어떻게 구분지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과연 나라를 다스리는 이가 혹은 리더가 공과 사를 어떻게 구분지어야 하는지
굴무와 장왕의 이야기에 해답을 찾아보게된다. 자반과 자중이 사적인 원한을 공적인 힘으로 푸는 바람에 나라가 망할뻔 했듯이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사적인 일로 써버리면 자반이나 자중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 귀절에서 절로 무릅을 치게 되는 것이 역시 옛 거울을 나를 비추어 봤다면 이런 사달은 나지 않았을 것이다.
'더 큰 힘에는 더 큰 책임이 따른다'
과연 맞는 말이다. 마치 천 년을 살것처럼 잠시 쥐어진 권력을 남용하고 오용하는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이미 알아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의 말처럼 국민이 부여해준 힘을 바르게 쓰지 못한 권력자들이 너무도 많다.
'남용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차라리 사적인 개인으로 돌아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저자의 이 일갈이 지금 우리가 원하고 있는 정의이다.
세상이 이렇게 진화해도 변하지 않는 고전의 진리에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
굳이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만 무섭다 할 것인가. 고전속에 예언이 있으니 마땅히 거울처럼 비추어야 할 것이다. 작지만 큰 교훈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