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부끄러워지는 소설이다. 하얀털이 복슬복슬한 작고 귀여운 애완견 비숑이를 사기위해
열일곱 생애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여강후.
닭발나라에 숯피우는 알바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신문지를 적당히 구겨넣고 숯도 많이 올리면
불이 붙지 않았고 진짜 참숯은 위에만 조금 얹고 가끔 폭발이 되는 성형숯을 쓰다보니 화상까지
입곤한다. 하지만 귀여운 비숑이를 사기위해선 복중 더위까지 견디며 숯돌이가 되어가는 강후.
닭발나라 바로 곁에 있는 돼지갈비집에는 불판을 닦는 남두범과 첫날부터 맞장뜨기를 하고 상처까지
얻은 강후는 이후 편의점 알바를 하는 은림이 누나와 주유소알바를 하는 보라까지 친구가 된다.
하지만 강후와 두범이 보라가 일하는 곳의 사장들은 월계로 3대 마왕으로 불리는 악덕 사장들이었으니..
경험이 없는 초짜들을 알바로 고용하고 알바비를 제대로 주지 않고 내쫓는 것은 기본이고 닭발나라의
사장은 설겆이를 담당하는 당진댁을 넘보며 침을 흘리기까지 한다.
알바라면 이골이 난 은림이 누나는 보건복지고 간호과에 다니며 홀로사는 노인들의 목욕봉사까지 하는 야무진 여고생이면서 알바세상에 뛰어든
강후와 두범이 보라까지 알뜰히 챙기는 효녀이다.
하지만 월계로 3대 마왕들의 악행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결국 두범은 알바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쫓겨나고 강후까지 고자질장이로 밉보여
쫓겨나고 만다. 심지어 은림이가 알바하는 편의점사장까지 협박하여 은림이까지 그만두게 만든다. 가여운 청춘들은 다시 알바자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알바를 찾는 아이들의 생활형편은 모두 어렵다. 세탁소와 미장원을 하는 부모를 둔 강후.
구두닦는 아버지와 엄마 없는 동생들을 돌보며 돈까지 벌어야 하는 두범.
나중에 안일이지만 불치의 병을 앓는 아버지를 둔 은림이 역시 가장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어른의 세상에 뛰어든 아이들에게 기다리는 것은 어른들의 욕심과 기만, 그리고
거짓 투성이의 현실이었다. 과연 아이들은 떼인 알바비를 되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못받은 돈보다 더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까.
가뜩이나 일자리가 없어 알바의 세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청년들과 그 틈새에 어렵게 끼어든 청소년들의 열악한 현실을 읽노라니 거짓투성이의
욕심많은 어른들이 너무도 부끄러워진다.
인격모독, 임금착취, 언어폭행은 물론 성추행까지 받아내며 푼돈을 마련해야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눈물겹다.
하지만 땀흘려 번돈의 소중함과 일하는 가치를 알아가는 대견함 또한 아름답다.
정작 자신의 악행을 모르고 배만 불리는 수많은 어른들을 향한 저자의 일갈이 꼭 그들에게 가 닿기를 바랄 뿐이다.
힘내자 아이들아! 그리고 나쁜 어른들을 대신해 사과한다.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