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무 생각없이 아무 준비없이 훌쩍 떠나는 여행이 가능할까.
나만 해도 일단 갈곳이 정해지면 차편부터 숙박지 맛집 검색은 물론 짐꾸리는 법까지
빼곡하게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아무 계획없이 심지어 무모하다고 할만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진짜 있다니.
더구나 이 여행자에 자신의 혼을 실어 함께하는 추적자들이 가득하다니..정말 이상한 여행서이다.

몸은 달랑 하나인데 그의 뒤를 따르는 이들은 표지의 그림처럼 어마어마하다. 마치 자신들이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온통 들썩이고 설레이고 정말 숨차는 것까지 전해지는 살아있는 여행서라고나 할까.
부천에서 시작된 무대뽀 여행은 무안을 향했고 이어 목포에 제주까지 그야말로 정처없이 떠나는
여행치고는 거리가 장난이 아니다.

배낭하나 달랑메고-그것도 갈아입을 속옷도 양말도 없이 도대체 그 배낭안에는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다-
터미널로 향하더니 김밥 한줄 사가지고 차를 탄다. 그리고 그의 가장 중요한 동반자는 바로 스마트폰!
말하자면 실시간으로 그의 여행과정이 올라오는데 그의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들은 그의 아바타가 되는 셈이다.
그냥 눈팅만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누군가는 기프트콘을 선물하면서 힘내라고 격려하고 더한 추적자들은 그가 지나는 길목에서 그를 납치하기도
한다. 물론 합법적인 납치이긴 하지만.
얼핏보면 오래전 무전여행을 떠오르기도 하는 이 여정은 절대 가난한 여행이 아니다.
그의 아바타들이 보내오는 수많은 선물들과 환호가 함께하고 가끔은 납치되어 밥과 차를 사주고 차를 태워주기도 한다.
어찌보면 황제여행에 더 가깝다고나 할까. 아마도 이 여행자의 몸에 자신이 실렸다고 생각하고 어찌나 위해주던지 책을 보는내내 부럽다는 생각을
들었다. 어떻게 이런 여행이 가능할까.
확실히 SNS시대에 어울리는 여행법이다. 그의 여정에 배표와 비행기표, 심지어 호텔비까지 지불하는 수많은 아바타들을 보면서 훌쩍 어디론가
계획없이 떠나고픈 인생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끼의 밥을 벌기 위해 이런 여행조차 꿈꾸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간접 자유를 선사한 여행자의 여정이 참 좋았다.
여행서를 보면 늘 설렌다. 결국 떠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나로서는 이 여행서가 또다른 여정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