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천명관 지음 / 예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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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스펙터클한 남자들의 삶을 다룬 소설이다. 다소 찌질한 구석도 좀 있는.

등장인물에 등장하는 여자는 딱 두명이다. 사채업자에게 마이킹을 땡겨 도망친 나가요 언니 지니와 똘만이 종식이 밑에서 가끔 건달일을 하는 울트라의 기센 엄마!

그리고 모두 남자들이다. 어려서 유흥업소 삐끼로 잔뼈가 굵은 장다리, 악덕사채업자를 하다 영화사 하나를 꿀꺽하고 에로감독으로 거듭난 박감독, 흙속에 파묻혔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전설의 양사장,

마떼기판에서 한몫 잡아 고깃집 사장이 된 원봉이, 동물원을 지어 동네에서 인정받고 국회의원이

되려는 영암의 남회장, 부산 손회장은 조폭계에서는 이름이 짜르르한 거인이고.

그외, 조폭1, 조폭2, 조폭3, 조폭4.....찌질이1, 찌질이2, 찌질이 3......가 아주 많이 등장한다.


 


오십 중반의 양사장은 어부였던 아버지에게 죽을정도의 폭력에 시달렸던 트라우마가 있다. 그 덕분에 고통을 이기는 법을 배워 인천뿐만이 아니라 나름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거물이 된다. 물론 조폭계에서.

그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형근도 나름 그 계통에서는 알아주는 위인인데 빵에 갔을 때 만난 루돌프와 깊은 관계이다.

루돌프가 남자란게 문제다. 몸에 칼자국과 문신이 그득한 조폭이 동성애자라니...누가 알까 겁나지만 끌리는 마음은 어쩌지 못한다.


죄다 어린시절부터 화려한 이력을 가진 남자들이다. 지저분한 과거를 지나 나름 어깨짓을 하는 남자들인데 문제는 먹이를 보면 하이에나처럼 물불 안가리고 달려든다는게 문제다. 돈이든, 여자든.

세계주얼리전시회에 들어온 다이아를 훔치기 위해 남자들이 몰려든다.  다이아는 계획했던 남자들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고 아주 엉뚱한 삼 대리-찌질이 대리운전1,2,3-에게 들어간다.

다이아를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남자들의 싸움이 살벌하다. 야구방망이, 망치, 까끌이에 회칼에 권총까지.  피가 튀고 뼈가 부러지고 심지어 동물원에 납품가던 호랑이 밥이 되기도 한다.


천명관은 영화시나리오작가로 오랫동안 작업을 했다더니 소설이 그냥 영화 그 자체다.

하정우도 보이고 황정민도 보이고, 이병헌도 보이고 천만요정 오달수에 지니역에는 조여정 정도가 어떨지.

나는 감독도 아니고 작가도 아닌데 자꾸 캐스팅을 한다.

클라이맥스 장면인 양사장 사무실에 모인 전라도 건달과 경상도 건달의 싸움에는 웃다가 죽을 뻔했다.

도대체 지들끼리 왜 싸워야 하는지도 모른 채 피가 튀고 뼈가 갈리는 싸움질이라니.


그래도 훔쳐온 씨말 울트라를 데리고 머나먼 섬으로 떠나는 울트라와 지니의 마지막 장면은 아름답다.

조폭이든 나가요 언니든 아직 순정은 남아있어 다행이다.

나름 성공한 조폭들이 서로 물고 뜯고 얽히는 플릇이 아주 매력있다.  손가락이 잘리고 권총자살을 하고 호랑이한테 먹히는 살벌함속에서도 자꾸 웃음이 난다. 오랫만에 아주 큰 소리로 웃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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