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물건너 와서 고생한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바로 나다.
영어유치원이나 조기교육은 꿈도 못꿀 시대에 태어나긴 했지만 중학교부터 길게 보면 지금까지
영어공부를 한다고 했지만 콩글리쉬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영어교과서를 비롯해서 영어를 통달했다는 유명인들이 출간한 영어책까지 한다면
영어교육에 투자한 돈도 제법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는 넘사벽이기만 하다.
그런데 이 남자! 내가 아끼면서 보는 '비밀독서단'이나 '비정상회담'등에서 입담을 자랑하는
입담꾼인줄만 알았더니 대박! 진정한 지니어가 아닌가.
영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나는 영어 하나만 제대로 하는 사람을 만나도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데
5개국어에 능통하다니...하긴 언어란 서로 통하는 구석이 있어 하나만 제대로 해도 다음 언어부터는 쉽다는 얘기가 있긴하다.
그래도 그렇지 외모되지, 머리되지, 언어까지 되다니. 놀랍다 못해 살짝 심통마저 생긴다.
그런데 그저 입담좋은 영어능통자가 아니라 완전 언어학자수준의 지식에 눈이 확 떠진다.
최근 스마트폰으로도 번역기를 돌려 즉석에서 해결이 되니 앞으로는 동시통역사같은 직업은 없어지겠구나 싶었는데 저자는 오히려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감정 소통까지 가능한 수준의 영어능력자가 필요로 하는 곳이 늘어 날 것이란 예견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하긴 언어는 단순한 해석의 정도가 아니라 감정의 소통임을 감안할 때 저자의 주장은 허를 찌른다. 아 영어는 영원히 다른 사람이나 기계에 떠 넘길 숙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동안 무조건 외우려는 못된 습관을 빨리 없애지 않으면 절대 영어를 내것으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저자의 주장에서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전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로 분류되는 한글을 우리는 유창하게 구사하고 있으니 영어정도는 쉽게
습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가능성을 높이는 기술이 이 책에 들어있다. 일단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가지의 예문을 보면서 나는 어느 단계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1단계는 완전 콩글리쉬 수준이다. 2단계나 3단계정도는 중학생도 구사할 수 있는 정도의 표현이다.
물론 나는 이 정도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호텔 프론트에서 술술 나올 수 있다고 단언하지 못한다. 아마 머리속에서 2번과 3번의 예시문을 공중에 뛰운 후 읽어내듯이 할 수는 있다...고 믿어본다.
4번정도의 표현은 전혀 불가능할뿐만 아니라 구구절절 이렇게 긴 문장으로 해결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 일단 말이 길어지면 실수가 따르고
내 짧은 영어가 들통나기 쉽상이기 때문에 전혀 이럴 의지가 없다.
저자는 4단계 이상의 영어표현을 구사할 정도로 학습되길 원한다면 언어의 구조, 역사, 그리고 단어의 본뜻 이외에 숨어있는 넓은 의미까지를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바로 이것이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의미이다. 독자에게 이런 조언을 하기까지 저자의 언어사냥의
역사는 깊다.
라틴어, 고어, 힌두어, 산스크리트어등 그 언어의 뿌리를 들어가보면 일맥상통하는 줄기가 분명 느껴진다.
그 뿌리의 맥을 짚어나가면 영어 이상의 언어가 보이고 유창한 영어의 비밀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대의적인 의미는 이정도이다. 워낙 언어-한국어로 말하는 수다는 예외-에는 약한지라 저자가 술술 풀이하는 맥을 짚어나가는 일은 아주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뭔가 헝클어진 실타래의 첫부분을 찾은 느낌만은 확실하다. 나보다 조금만 더 머리가 트인 사람이라면 아주 재미있는 영어지도서가 될
것이다. 실타래의 중간까지는 착실하게 따라 붙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문학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최근 몇년에 걸쳐 세상에
나온 책으로 증명이 되었지만 '인문학으로 영어하는 남자'의 박식함과 유려함에 무릎을 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