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의 편지
이승훈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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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이스라엘과 더불어 입대가 필수인 나라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이등병의 편지'가

울려퍼지고 '입영전야'가 불려진다.

오래전 분단국가 대한민국은 '위문편지'가 학생들의 필수였던 적이 있었다.

'국국장병'에게 보내는 위문편지. 얼굴도 모르는 국군아저씨에게 쓰는 편지는 참 낯설었다.

'아저씨'라니. 지금 생각하면 '오빠'정도의 표현이 맞았을텐데 말이다.

그렇게 낯설었던 '국군아저씨'의 자리에 내 아들이 턱허니 자리를 잡았다.

여중시절 '군인아저씨에게'라고 타이틀을 써서 지적을 받았던 나는 다시 '국군아저씨'라고

고쳐쓰면서 언젠가 내 아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지난 6월 아들녀석은 논산훈련소에 입대를 했다. 오래전 첫사랑의 입대에도 가보지 못했던

논산을 아들녀석덕에 가보게 된 셈이다.


 


고만고만한 녀석들이 운동장에 서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찡해졌다. 세월이 아무리 흘렀다해도 입대는 큰 과제였을 아이들의 긴장한 모습도 짠했고 곁에서 떠나보내는 할머니와 엄마들의 모습도 짠했다.

워낙 강철같은 성격을 지닌 나도 은근 코끝이 찡해지는데 옆에서 훌쩍이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니 오래전 아들들을 군대에 보냈던 대한민국 엄마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초등학교 1학년이면 아직 엄마품을 그리워할 나이에 엄마를 잃은 조카의 입대를 지켜보면서 외삼촌은 마음은 남달랐을 것이다. 누이의 부재에 외롭게 컸을 조카는 하필이면 손목도 가늘어서 그저 밥잘먹으니 속심은 있겠지 하면서 위로했단다.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입대는 필수, 저자 자신도 오래전 강원도 어디선가 그 시간을 견뎠던 터라 조카의 등을 두드려 주면서도 물가에 내어놓은 아이처럼 불안하기만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런 조카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일것이다. 비록 글을 쓰는 작가라는 점에서 남보다 쉬운 일이기도 하겠지만 그 정성은 정작 아들을 군대에 보낸 나조차도 마음먹기 쉽지 않다.


 


엄마의 면회도 받지 못하는 조카를 생각하며 엄마를 잊지말고 누나도 살뜰히 챙기라는 당부에서 굳건하게 남자의 자리를 지키길 바라는 외삼촌의 심정이 절절히 전해진다.

날이 좋으면 좋은대로 비가 오면 오는대로 어느 날은 꽃잎이 흩날리는 모습까지 글로 전하며 조카와 함께하는 전우들의 가족들과 부대장들의 안부까지 챙기는 섬세함에 문득 부끄러움을 느낀다.

오늘도 나는 전화하지 않는 아들녀석을 걱정하지만 편지 한장 쓰질 못했다. 손편지를 아니더라도 저자가 한것처럼 인터넷에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 올려야 할텐데 게으른 엄마를 둔 아들녀석이 참 안됐다.

엄마보다 더 자상하고 살뜰한 외삼촌을 둔 조카가 참 부럽다. 외삼촌의 당부처럼 22개월의 시간동안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한뻠 더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와주기를 같이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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