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사이지 조'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지만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하면 '아하'하고 얼른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아이들이 봐도 어른이 봐도 신비의 세상으로 이끄는 명작만화영화의 음악을 작곡한 작곡가가
바로 '히사이지 조'란다.
스토리나 아름다운 영상외에도 음악이 주는 감동은 영화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음악을 하는 예술인이니 감성이야 말할 수 없이 섬세하겠지만 그가 수많은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한 이면에는 어떤 스토리가 숨어있을까. 그런 감각을 지닌 예술가가 그리는 세상의 모습은
어떨까 하는 기대로 책을 열었다.
그가 영화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 영화 안에서 감독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란다. 그 주제를 바탕으로 메인 테마곡을 만들고 처음 5분안에 강렬한 인상을
심는것이 그만의 포인트라고 말한다.
우리도 낯선이에게서 느끼는 판단은 바로 첫인상이듯 세상의 이치는 다 비슷하다는 것이다.
흔히 콩나물이라고 부르는 음표를 잘 나열하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해서 훌륭한 음악가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 영화의 주제를 파악하고 등장인물속에 내 감정을 이입해서 호흡을 같이 해야만 겉돌지 않는 음악이 나오지 않을까. '히사이지 조'는 바로 그런 음악가인 셈이다.
그가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작곡의 비법뿐이 아니라 최선에 이르는 길에 관한 지침서이다.
무의식 속에서도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사물에 대해 느끼는 힘을 연마하라든가 직감력을 높이는 등 자신을 단련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 그의 말속에서 '음악은 기억의 스위치이다'에서 아련한 추억에 젖어보기도 한다. 우리의 기억력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어 새로운 기억은 오래된 기억을 지우는 법이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지워졌다고 생각했던 기억을 깨우는 스위치가 바로 음악이다.
오래전 들었던 음악이 흘러나오면 어느새 과거의 시간들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음악의 힘이란 것은 인간의 한계까지도 뛰어넘는 것 같다.
창조적인 일을 하는 그이지만 전통에 대한 생각은 남다른것 같다. 후세에 전통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매순간 생각하는 자세는 좋은 결과를 내놓는 원동력이 아닐까.
그가 '웰컴투 동막골'의 음악을 작곡했다는 사실도 놀랍다. 역시 대단한 음악가다.
어느새 일흔을 바라보는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전혀 노쇠하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오히려 앞서나가는 창조성과 추진력에는 녹슬지 않을 젊음이 가득하다.
이 책의 제목처럼 매일 감동을 만나는 삶을 산다면 그것처럼 행복한 삶은 없을 것같다.
저자가 음악가라고 해서 음악가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너무 축약된 시선이다.
그의 넓은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인생의 감동을 만나게 된다. 누구든 이런 감동을 만나고 싶다면
펼쳐봐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