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같은 내 얼굴 예쁘기도 하지요. 눈도 반짝 코도 반짝 입도 반짝 반짝!
하지만 호박같은 얼굴은 비뚤빼뚤하다는 동요가 있다. 어린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에도 외모지상주의가
숨어있다니...누군들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을까.
장학금으로 유학까지 다녀온 태희는 방송국 성우다. 멋진 음색이 매력적이고 지적인 여성이다.
하지만 다소 비만한 몸과 처지는 외모때문에 사랑은 늘 짝사랑이었고 모태솔로로 36년을 살아왔다.
그런 그녀에게 껌딱지같은 남자가 생겼다. 이철수! 일명 찰스는 지하철에서 태희를 처음보고 단숨에
그녀에게 반하고말았다. 아니 말이 되나? 찰스는 그야말로 꽃미남인데.
미친게 분명한 남자다. 태희는 딱 세번만 만나달라는 찰스를 이렇게 생각한다.
잘 나가는 성형외과 원장이 왜 호박같은 태희에게 매달리는가. 잘 꼬셔서 비포 에프터 모델로 활용하기 위해서?
하지만 찰스의 마음은 진심으로 다가온다. 더구나 찰스는 인맥이 짱짱하다. 온통 성형으로 만들어진 고공주의 흉계도 방송위원장에게 얘기해서
막아주고 미친놈이라고 튕기는 태희곁을 맴돈다.
대학총장인 아버지, 거대한 방송사의 사장인 어머니를 둔 찰스에게는 말못할 비밀이 많다.
아들의 여자친구인 태희를 반갑게 맞아주는 강유정. 물을 끼얹고 돈봉투라도 안길줄 알았던 그녀의 친절이 낯설다. 하지만 강유정의 친밀감속에
숨은 악의 모습이 서서히 들어나는데..
실력은 있지만 외모가 그저그런 김태희는 인생의 주인공이 아니고 마이너리티이다.
그런 그녀에게 목을 매는 찰스의 사랑도 의심스럽고 그녀의 가족들의 이상한 조합도 의심스럽다.
찰스의 엄마 강유정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악의 모습을 친절과 권력속에 숨기고 아들의 여자인 태희를
몰락시킨다. 아니 성공시킨다. 그녀에게서 찰스를 빼앗아 오는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희는 사랑의 결실을 위해 그녀만의 방법으로 똥침을 날린다.
아주 유쾌한 소설이다. 외모지상주의에 갇힌 우리들의 맹과니같은 시선이 부끄럽다.
하긴 나부터도 예쁜 여자가 좋으니까. 보석같은 여자 태희가 참다운 사랑을 찾아 부끄러운 사회에 한방을 날리는 장면이 통쾌하다. 읽는 내내
유머스런 촌철살인같은 대사들이 돋보였다. 드라마로 나와도 좋을 작품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