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에게 특히 어려운 시간들이다. 백수가 넘쳐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20여년 전 취업빙하기를 겪었던 일본의 모습이 겹쳐진다.
이 책은 일본이 거쳤던 어둠의 시간을 통해 한국의 미래를 예측해보는 보고서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를 했지만 갈 곳이 없거나 겨우 구한 직장이 나와 맞지 않았다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젊은이 8인의 이직을 통해 취업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었다.
직장, 혹은 직업은 왜 필요할까. 먹고 살기 위해서? 아님 자아실현을 위해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평생 돈을
벌어야 하고 때로는 원치 않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아마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평생 나의 행복을 위해 선택해야하는 일이라면 맞춤옷처럼 잘 맞았으면 좋겠는데 이 책에 소개된 8인의 사례를 보면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원하는 일과 만나고 있다.
30세의 야마네 요이치는 중견 IT업체에서 제법 실적도 훌륭했고 인정도 받았지만 결국 취업정보업체로 이직을 결정한다.
상하구조로 조직된 직장에서는 상사를 잘 만나야 한다. 하지만 요이치의 경우에는 오히려 상사를 잘 만난것이 이직의 원이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권위적이고 이기적으로 보였던 상사가 뛰어난 집중력으로 업무를 휘어잡고 아랫사람들을 감화시키는 과정을 보면서 자신도 그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커다란 기계에 쓸만한 부속같은 존재도 중요하지만 직업을 찾는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업무에 더 매력을 느꼈고 결국 원하는 길을 찾은
셈이다.
나도 아이들이나 후배들에게 영원한 직장은 없다고 말하곤 한다. 특히 여자들에게 직장은 수많은 벽으로 둘러쳐진 밀림같은 곳이다. 남자들보다
월급도 적고 성과도 적게 평가받는다. 더구나 결혼, 임신, 출산에 따른 후유증은 고스란히 여자의 몫이다. 이런점에서는 여전히 일본도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누구나 선망하는 대형 종합상사에서 근무했지만 너무나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살아가고 있는 직장 선배나 상사들을 보면서 이직을 결심한 이마이
다이스케는 IT벤처로 자리를 옮기고 서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
이렇게 누구에겐가는 선망의 직장이 나에게는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바로 이자리를 선망의 자리로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맞는 일, 혹은 직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처럼 맞지 않는 직장을 옮기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라도 걸치고 싶은 열망들이 가득하다.
우리에게도 몇 년후 지금 이 빙하기가 추억처럼 회자되는 날이 오리라 믿어본다.
이 책이 시행착오로 방황하는 시간과 갈등들을 좁혀주는 가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