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도 동화는 언제나 재미있습니다. 뻔히 아는 이야기도 있지만 언제나 처음처럼
나쁜 사람 벌주는 이야기에 속이 후련해지곤 합니다.
이 책은 '옛이야기 읽으며 치유'라는 시리즈에서 만든 동화책입니다.

친할머니가 없었던 나는 옛이야기를 보면서 얼굴도 본 적이 없는 할머니를 떠올립니다.
옛이야기는 왠지 할머니가 들려주셔야 제맛이 나는게 아닐까요?

아들 셋인 집안에 막내딸이 태어나고 번듯하던 집안은 서서히 망해갑니다. 건강하던 소와 말이 차례로 죽어나가고 수상하게 지켜보다 막내딸의 소행을 일러바친 아들들은 내쫒김을 당합니다.

세월이 흘러 셋째 아들이 다시 집을 찾아와 여우 누이를 죽인다는 동화입니다. 어려서는 몰랐는데 셋째아들은 구슬 세 개를 도사님께 받아 여우누이에게 던지잖아요. 가시나 나오는 구슬,
바닷물로 변하는 구슬, 불로 변하는 구슬. 가시나
바닷물을 피한 여우가 결국 불에 타죽고 마는데요. 애초에 처음부터 불로 변하는 구슬을 던졌더라면 두 개의 구슬은 건졌지 싶어 셋째 아들의
비효율성을 비웃다가 그만 때둗은 어른의 마음은 어쩌지 못하는구나 싶어 부끄러워집니다.
알고 있는 옛이야기를 보다가도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으니 몇 년 후 다시 읽어보면 또 다른 가르침이 있지 않을까요.

산에서 길은 잃은 나그네가 찾아들어간 집은 바로 여우가 사는 집이었어요. 겨우 도망쳐 나왔지만 이제 호랑이가 기다리고 있네요. 마치 인간의
생을 이 옛이야기 한편으로 축약해놓은 것 같습니다. 우리 삶에 곳곳에 도사린 여우와 호랑이가 어디 한 두마리 이겠습니까. 그래도 이 나그네
기지를 발휘하여 여우와 호랑이 모두를 처리합니다.
나그네를 훔쳐갔다고 믿은 여우무리들은 아무리 무서운 호랑이지만 자기네들이 훨씬 많으니까 해볼만하다고 생각 했답니다. 그야말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는 속담에 딱 들어맞네요. 하지만 워낙 숫자가 우세하니 여우도 호랑이도 다 죽고 맙니다. 싸움을 붙이고 구경하던 나그네는 여우가 숨겨놓은 보물을 찾다 부자로 잘 살았다는데 우리는 어디에 가야 보물단지를 찾을지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이 나그네처럼 운좋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장화 홍련의 이야기는 지금 읽어도 서글퍼집니다. 최근 자주 보도되는 계모학대 사건도 생각나구요.
코 없는 할아버지와 입 큰 할머니의 이야기는 역시 겉모습보다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줍니다.
초로 없는 코를 만들고 큰 입을 실로 꿰매고 잔치집에 가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사실 코 없는 할아버지와 입큰 할머니는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그걸 보고 흉을 보는 사람들이 더
문제겠지요.
아이들이 옛 이야기속에서 큰 가르침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추석으로 고향에 온 이웃집 꼬마에게 들려줘야겠습니다. 뽀로로
이야기에 열광하는 아이는 이 이야기가 어떤 울림을 줄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