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지 않다 - 자신감과 열등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여자들을 위한 심리처방전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강희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벌거벗은 몸뚱이를 들킨 느낌이다. 아니 꽁꽁 숨겨놓은 내 상처가 여지없이 풀어 헤쳐진 느낌이다.

사실 나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 아닐까. 하지만 막상 온전한 나를 바라보는 일은 쉽지 않다.

너무 잘 알기에 포장지를 겉어낸 나를 마주하는 것은 겁이 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책에서 평생 만난적 없는 저자가 나를 속속들이 발가 벗긴 느낌이라 당황스러웠다.



'우월에 대한 강박관념'이라거나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보상심리', '사랑받거나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라는 단어들을 보는 순간 마음속 깊은 곳 꽁꽁 싸맨 포장지들이 벗겨지는 느낌이었다.

평생 내가 두려워했던 단어들이 나를 향해 폭탄을 퍼붓는 이 느낌을 감당할 수 있을까.

다행이었다. 오로지 이 사실은 책을 읽는 나와 저자의 의도만이 감지 할 수 있을테니까. 심지어 저자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를테니까.



나르시시즘이란 무엇인가 일단 그것부터 이해해보자 '자기애'정도로 번역되는 이 단어속에는 수많은 감정의 혼선들이 존재한다.

단순히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의미 외에 존재하는 망설임, 수줍음, 비밀, 이중감정같은 것들이

숨어있다.

겉으로는 자신감 있고 여유만만해 보이며 쿨한 척하고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고 자신감도 발산하지만...

그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감정의 혼돈과 이중성을 이 책만큼 잘 짚어낸 것이 있을까.

문제는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문장이 드러낸 사람이 바로 나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저자가 데리고 가려는 치유의 여정을 함께 할 수 있다.



특히 내가 어린 혹은 젊은 시절 남성우월주의 사회에서 수없이 맞닥뜨렸던 문제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모든 걸 조종하려 든다.' '남자가 자신과 의견이 다른 걸 견디지 못한다. ''설득당하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러다가 때로는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고 싸우려든다....그랬다. 이런식의 기싸움을 통해 내가 독립적인 존재라는것을 과시했고 의존적이지 않다는 걸 증명하려고 했다.  내 지나온 시간들이 고스란히 드러나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런 나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저자가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는 어린시절의 상처 혹은 비밀은 무엇일까.

유년기의 심각한 인격장애를 유발하는 성폭행? 혹은 성에 대한 강박이 있었을까.

친구들중에는 어린시절 부모의 성행위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하고 어려서 자각을 하지 못했지만 크든 작든 성에 대한 충격이 트라우마로 작용했다고 한다.

내 기억에도 있는 것 같았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무장하고 있는 내속에 이런 상처가 있었던 것일까.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라는 책으로 전세계 사람들의 찬사를 받은 저자의 섬세함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치료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롭다.

아마도 이 책은 읽은 상당수의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지 놀랐을 것이다.

'나는 내 감정을 느낄 권리가 있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존재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에 코끝이 찡해진다.

나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것은 누군간 나를 읽어내는 것이 두려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내 모습도 나 그자체이고 존재할 권리에 조금도 누가 되지 못한다는 말에 용기가 생긴다.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의도했을 힐링의 목적에 나는 어느정도 도달한 느낌이어서 행복했다.

미처 몰랐던 혹은 숨겼던 진실들과 마주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은밀한 만남이었기에 그리고 적극적인 포옹이었기에 비로소 나를 껴안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멀리 바다건너 내 정신적 주치의가 참 만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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