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어났지만 존재하지 않은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던 영국의 런던은 폭격으로 인해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소개령이 떨어지고 열 한살인 피오나는 홀어머니곁을 떠나 요크셔로 향한다.
집을 나서 기차역으로 향하던 피오나는 폭격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덟살 소년 브라이언과
마주쳤고 기차역에 있을 적십자사에 인계하려는 엄마와 함께 역에 도착한다.
하지만 브라이언은 피오나의 손을 놓치 않았고 시간에 쫒기던 피오나는 얼결에 브라이언과 함께
기차이 오른다. 요크셔에 도착한 피오나와 브라이언은 상냥한 베켓농장의 안주인 엠마에게 선택되어 농장에 머무르게 된다. 엠마의 아들인 채드는 열 다섯살의 소년으로 피오나는 채드에게 사랑을 느낀다.
전쟁에 휩싸인 런던과는 다르게 평화로운 농장에서 피오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정신지체자인 브라이언의 존재는 피오나에게 커다란 부담이 되었고 언제든 브라이언을 떼어 버리자고 결심한다.
세월이 흘러 피오나는 여든을 바라보는 노인이 되었고 결국 사랑하던 채드와는 결실을 맺지 못했지만 농장곁으로 이사와 평생 채드와 그의 가족을 돌보며 늙어왔다.
피오나의 손녀인 레슬리는 유일하게 사랑했던 남편 스티븐이 바람을 피우자 이혼을 하고 채드아저씨의 딸인 그웬의 약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랫만에 피오나가 있는 스카보로로 향한다.
이지적이지만 차가왔던 피오나는 딸이 마약복용 후유증으로 사망하자 손녀인 레슬리를 키웠었다.
의사가 되어 사회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레슬리는 이혼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알콜에 의지 하고 머리도 식힐겸 달려왔던 할머니집에서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얼마전 스카보로에서는 여대생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뒤를 이어 그웬의 약혼식에 참석했던 피오나가 살해되고 만다. 여경찰 알몬드경사는 비슷한 살해수법으로 보아 연쇄살인을 의심하고 매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그웬에게 접근하여 약혼까지 감행한 데이브를 의심하기에 이른다.
스릴러에서 연쇄살인은 너무도 흔한 스토리이다.
한 마을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사건. 그리고 의심받게 되는 주변 사람들.
이 소설에서 연쇄살인범을 쫓는 이야기보다 더 스릴 있는 것은 피오나와 채드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다.
미처 철도 들기전에 일어났던 전쟁통에 그들이 숨길 수 밖에 없었던 참혹한 비밀!
인간의 존엄성이 전쟁이라는 파도속에서 어떻게 무너져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다만 정신지체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전쟁이라는 소용돌이속에서 철저하게 '노바디'라는 이름으로 내팽겨쳤던 인권의 소실이 가슴아프다.
그리고 '노바디'의 불행에 침묵했던 혹은 내몰았던 사람들의 불행한 삶을 보면서 죄는 언젠가 반드시 댓가를 치룰수 밖에 없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오래전 '노바디'라고 불리던 아이와 그 곁에서 불행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다만 범인을 추정해나가는 과정에서 다소 허술한 플룻이 아쉽긴 하다.
집요하게 범인을 추적하는 알몬드경사라는 인물에게 다소 실망감이 들고 비밀을 쫓는 여러사람들의 구성도 다소 허술한 구석이 있다. 그리고 첫 살인에 대한 해답은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더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오나와 채드의 과거속에 숨겨진 아픈 비밀을 쫓는 스토리는 제법 흥미진진하다.
과연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범인의 존재보다 '다른 아이'의 존재가 더 궁금했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