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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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에게 수많은 숙제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분명 범인이 밝혀졌고 죽음을 선택했음을 알게되었지만 남는 의문점이 너무도 많았다.

일본 미스터리문학대상 수상작가의 작품답게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오가는 듯한 멋진 작품이다.



신문기자 출신의 저널리스트 이가라시는 30여년전 일어났던 기괴한 집단 자살사건을 다시 취재하기로 한다.  이른바 '가고시마 시 시로야마 동굴 집단자살 사건'

자살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당시 48세의 기우라라는 남자로 여섯 여자와 함께 발견된다.

기우라는 하마마쓰 시에서 여관을 경영자의 장남으로 태어나 도쿄대 문과에 합격한 재원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도내 국립대학의 조교수로 있다가 서른 셋에 류진연합이라는 폭력조직의 조장의 딸

후미에와 결혼했고 다섯 달 후에 기우라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마흔 다섯의 나이에 출소한 기우라는 아버지를 대신해 매춘을 알선하는 여관을 경영했고 석연치 않게 사라진 사람들을 살해 혐의로 추격을 받다가 가고시마 시 시로야마 동굴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기우라 겐조. 어린시절부터 머리가 좋고 성적이 뛰어난 지적인 남자.

그리고 매춘여관을 경영하는 뱀처럼 차가운 눈길을 가진 희대의 살인마가 같은 인물이라니...

기우라를 보면서 연쇄살인마의 전형적인 패턴인 소시오패스 혹은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보게 된다.

딱히 돈이 많이 필요해보이지도 않은 남자가 매춘여관을 경영하고 더구나 선량한 사람들에게 덫을 씌워

여관을 빼앗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과정은 도저히 지성인의 기우라를 상상할 수 없다.

그가 데리고 있던 사람들은 결국 경찰에 체포되거나 집단자살로 희생되고 단 하나 열 다섯 소녀 우타만

살아남게 된다. 왜 기우라는 우타라는 소녀만 살려서 동굴밖으로 내보냈을까.

기우라는 왜 사랑하는 아내를 목 졸라 살해했을까.

왜 많은 사람들은 간단하게 해치우고 집단자살을 선택했을까.

군중심리라고 여기기에는 너무 의문점이 많은 집단자살에 여자들은 도망을 치지 못했을까.



저널리스트인 이가라시는 오래전 비리경찰로 자살을 선택한 숙부의 일로 기우라와 인연이 있었다.

정직하다고 평이 자자했던 숙부는 기우라에게 경찰내부의 정보를 알려주고 돈을 받는다.

하지만 단순히 돈이 필요했다기 보다 기우라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기우라는 조용하지만 절대 틈을 허용하지 않는 무서운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를 추종하는 인물들이 많다. 그에게 복종할 수 밖에 없는 묘한 마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가라시의 추적으로 오래전의 비밀들이 밝혀지지만 유일한 생존자인 소녀 우타를 만나 결코 밝힐 수

없는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독자들은 기함할 것이다.

그리고 남은 숙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책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초복으로 접어든 여름의 한복판에 더위를 잊게해줄 멋진 미스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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