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만큼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
로맹 퓌에르톨라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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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일곱달만에 걸음마를 시작할 정도로 성격급한 여자 집배원 프로비당스는 모로코 여행중 급작스런 맹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엄격한 이슬람국가인 모로코의 병원은 여성전용층이 따로 있었고 그곳에서 '점액과다증'이라는 희귀병을 가진 일곱살 소녀 자헤라를 만났다.

태어남과 동시에 엄마를 잃고 가족이 누군지조차 모른채 병원에서 일곱해를 산 소녀와 프로비당스는 운명처럼 끌리게 되고 결국 프로비당스는 자헤라를 입양하게 된다.



부푼 희망을 갖고 모로코로 자헤라를 데리러 가는 날 하필이면 아이슬란드의 화산이 폭발하고 화산재로 인해 모든 비행은 중단되고 만다.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로코로 날아가야 하는 프로비당스는 뭐든 해결해준다는 수도사들을 찾아 수도원을 찾게 되고 감히 인간의 몸으로 날수 있는 비법을 전수 받게 된다.

여기까지 읽다보면 혹시 '어른동화'? 혹은 상상소설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누구든 한번쯤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테지만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하늘을 날다니..

더구나 비행저항을 줄이기 위해 비키니수영복을 입고 몸의 털까지 다듬은 채 하늘을 날아오르는 섹시한 몸매의 여성을 상상해보라. 남자들이라면 침을 흘릴 일이지만 소설에서는 실제로 프로비당스가 하늘을 날게 되고 그녀의 비행소식에 전세계 지도자들이 비행기를 타고 그녀를 만나러 오고 심지어 그녀를 보기위해 비행풍선이 하늘을 메우는 장면이 등장한다.



얼핏 입양한 딸을 데려오기 위한 엄마의 험란한 여정과 모험이 주제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 오히려 너무 세속적인 수도사들의 등장이나 천국의 맛이 나는 구름에 관한 이야기들은 너무 엉뚱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역시 반전소설의 대가다운 저자의 역량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거의 죽음 직전에 이른 소녀를 구하는 프로비당스의 사랑은 사실이다. 여정이 다소 부풀어지기는 했지만 자헤라를 위한 반전을 준비한 레오의 세심함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레오의 아버지가 어린 레오에게 가르쳐준 이야기는 이 소설의 진짜 이유를 알게한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거라곤 없지. 영원한 거라고는 없다고....모든 건 아주 빨리 지나가지...

이런 대혼란 속에서 너만의 고정점, 네 우주의 고정점을 찾거든 절대 그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


프로비당스의 비행을 도운 항공관제사 레오는 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는 딸 자헤라를 데려오게 하기 위해 비행을 허가한다. 화산재를 뚫고 날아오른 그 비행기는 무사히 모로코에 닿을 수 있었을까.

자신의 삶을 고정시켜줄 단 하나의 여인인 프로비당스를 위해 비행을 허가한 레오의 사랑은 온당했을까.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하늘을 날아오는 프로비당스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허구인지 확인하는 것은 역시 독자의 몫. 나는 실제로 프로비당스가 하늘을 날아 모로코로 향했다고 믿는다.

'이케야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처럼 작가는 희망을 실제로 믿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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