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종말을 맞는다면 제2의 빙하시대가 도래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주행성과의 충돌?
그것도 아니라면 외계인의 침공일까.
우리는 살면서 이런 상상을 한번쯤을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설득력이 있는 주장은
바로 바이러스의 침공이 아닐까 싶다.
이 소설은 바로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위기를 맞은 사람들이 더 안전한 곳으로
찾아들면서 시작된다. 이른바 성소라고 불리는 안전지대를 분양한 그레그라는 인물은 위기를
피하고 싶은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여 성소를 만든다. 하지만 이 성소라는 곳은 그의 말처럼
전혀 완벽한 곳이 아니었다.
지하8층으로 이루어진 성소는 입주민들이 묵을 숙소와 오락실, 수영장과 심지어 닭을 키우고 채소를
키우는 수경재배실까지 갖춘 곳이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어설픈 성소!
하지만 외부와의 단절을 담당한 헤치만큼은 완벽했다.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성소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피해 성소에 모여든다.
광신도인 거스리 가족-부부의 종교정신은 거의 광신의 수준인데다 쌍둥이중 오빠인 브렛은 망나니다.
다섯 살짜리 딸과 그 아이의 보모인 케이트를 사전에 의논도 없이 마구잡이로 데리고 온 타이슨.
과거에 독일의 군인이었던 딘 하우저 가족-특히 아버지인 레오는 컴퓨터 관련일을 하고 있어 성소가 고립되었을 때 약간의 도움을 주기도
한다.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커플인 비키와 제임스-비키의 애견인 클로뎃(사실 동물은 성소에 입소금지
였지만 예외).
그리고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아내를 잠시 놔두고 급하게 성소에 파견된 성소건축책임자 윌 부세.
하지만 살기 위해 찾아든 성소는 성소의 책임자였던 그레그의 죽음을 시작으로 지옥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가운데 이어지는 연쇄 살인들. 그리고 탈출을 하기 위해 폭탄을 떠뜨렸지만
오히려 성소가 파괴되면서 수돗물이 단수되고 지하의 냉장고에는 죽어가는 시체만 하나 둘 쌓이고 만다.
뭔가 비밀을 간직한 것만 같은 성소 입소자들. 다양한 사연과 비밀들을 숨긴 채 죽음을 향한 광기로 결국
마지막 선택을 앞두게 된다. 과연 살인자는 누구일까.
이 소설은 연쇄살인을 풀어나가는 미스터리를 더한 심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러스로 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것 같았던 성소가 오히려 지옥같은 곳이 되면서 살짝 포장되었던 인격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과정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고갈되어 가는 물처럼 인간성은 점차 고갈되어가고 최악의 상태에서 인간은 어떻게 미쳐가는지 그리고 마침내 성소를 빠져나온 사람들과 마지막에
독자들에게 밝혀주는 진짜 범인의 모습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인물이었다.
바로 이것이 미스터리소설의 진수를 보여준다. 하지만 반전의 반전은 가장 마지막 장에 나와있다.
조디 포스터의 영화에서 보여준 패닉룸의 모습이 떠오른 소설이었다. 과연 성소 혹은 패닉룸은
안식처일까.
소설을 읽는내내 마치 내가 성소에 갇힌 듯 폐소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