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라는 직업은 전혀 부러운 직종이 아니다. 건강한 사람들보다는 아픈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야 하고 치료를 잘 받고 건강을 되찾는 사람들도 있지만 삶을 놓치는 사람들도 봐야하기
때문이다. 사실 3D업종보다 더 힘든 직업이 아닐까 싶다. 체력적이로나 심리적으로도 많이
힘들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점에서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선생님'이란 존칭으로 추앙(?)하는
것은 고귀한 의술에 대한 존경의 마음의 표현이 아닐까.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연세대 의대에서 외과부장으로 교수로 근무중인 의사 김남규의
에세이에서는 의사로서의 고뇌와 인간으로서의 감성이 잘 드러나 있었다. 하루종일 환자와 씨름하느라 글을 쓸 틈도 없을텐데
이렇게 따뜻한 에세이까지 출간을 하다니 그의 감성이 참 남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진료실 창문에 놓인 화분에 드리운 햇살을 느끼고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는
것을 보면 그의 감성이 확실히 예민하고 따뜻하다. 이런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마음까지 치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차갑고 도도한 의사가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의사가 좀 더 많아졌으면
싶다.
그의 치료를 통해 건강을 되찾은 환자도 있지만 놓친 환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가 기억속에 남은
환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 괜찮은 죽음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회복을 기대하는 환자에게 부정적인 답을 들려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인간으로서 얼마나 힘들지 짐작해본다.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나 손을 잡아주는 것밖에 할 것이 없어 가슴아팠다는 고백은 가슴을 시리게 한다.
어찌보면 참 딱한 직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환자의 마음까지 붙드는 그의 마음이 너무 좋다.
피치 못하게 떠나 보낸 환자를 여전히 붙들고 있는 그의 여린 마음은 의사로서 단점이 될 수 도 있겠다.
친구의 아들녀석이 그가 몸담은 병원에서 훈련중이다. 가혹한 선배에게 마음의 상처를 받고 의사라는
직업을 포기할까 고민중이라 들었다. 물론 혹독한 훈련이 필요한 과정이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이렇게
환자의 마음까지 들여다볼줄 아는 선생에게 배웠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아파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고통받고 있는 존재이다. 이런 아픔까지 헤아려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주는 의사가
있다면 병의 무게가 조금쯤은 가벼워 질텐데..
이렇게 좋은 의사라도 사실 만나는 일이 없어야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내가 건강을 놓쳐 병원에 가야한다면 이런 의사에게 가고 싶다. 이
책은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감동이겠지만 이 세상의 모든 의사가 꼭 읽어봐주었으면 좋겠다.
어떤 소명으로 환자를 돌봐야 하는지 표본이 바로 이 책에 있기 때문이다.
많은 환자들이 그의 손을 통해 회복되고 행복한 삶을 이어가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