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 남인숙의 여자마음
남인숙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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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지금의 배우자와 다시 결혼하시겠습니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태어나면 새로운 사람과 살아보고 싶다고 대답하지 않을까.

혹은 결혼같은건 아예 하지도 않을 거라고 대답할런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고르고 골랐다는 지금 내 곁의 사람은 잘못된 선택이란 말인가.

아니 나도 저 사람에게는 잘못된 선택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신록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황사나 미세먼지만 끼어들지 않는다면 찬란한 5월을 마구 찬양하고 싶은 그런 계절이다.

이런 계절에 사실 이런 주제의 책은 조금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제 겨우(?)우리 나이로 마흔 셋의 나이에 젊은 시절을 회상하고 워킹맘으로 살아가야 하는 아줌마의

비애를 토해내는 작가의 투정을 들어주기엔 날이 너무 좋다.

아이 하나를 낳고 기억력이 감퇴되고 누군가 아줌마라고 부르면 울컥 분노가 치솟다는 이 작가의 나이보다 한 뼘 정도 더 나이를 먹은 나로서는 '에구 좋을 때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마 딱 13년 후 내 나이쯤에 이르렀을 때, 지금의 자신의 나이를 가진 여인들을 보면서 작가도 똑같은

얘기를 할지도 모른다. 살다보면 저절로 깨닫게 되는 일중 하나가 '너도 내 나이 되어봐라'다.

작가 역시 오래전 목욕탕에서 자신의 젊은 몸을 훔쳐보던 할머니들이 이제야 이해가 되더라면서

슬슬 내 뒤를 따라오려고 한다. 그래서 반갑다? 아니 서글프다.

누구나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따라와야 하는 길이 있다는 것이. 그리고 아프게 깨닫게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이.

그래도 이 젊은 여인네는 반품도 안되고 교환도 안되고 수선은 더더욱 안되는 남편이 오래된 코트처럼

편안하더라고 말한다. 그렇다 번쩍거리는 새것에는 뭔가 불편함이 숨어있기 마련.

그래도 곁에서 같이 늙어가는 늙다리 남편이 편할 때가 많다는 것은 숨길 수 없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가 편하다.

 

 

아들녀석의 사춘기와 내 갱년기가 겹치면서 8층 아파트 아래를 내려다 보는 일이 두려웠던 적이 있었다.

이러다 어느 날, 정신이 확 돌아서 나도 모르게 여길 뛰어내리지...

도망가고 싶었던 그 시간이 지나 지금은 편안해졌냐고? 자식을 키워보면 이제 기저귀만 떼면 살것 같다,

젓병만 떼면 살 것 같다...그러면서 위안하고 희망하고...하지만 자식은 아마 내가 저세상으로 가는 날 까지 애물단지가 아닐까.

'도대체 자식을 낳는다는 것이 인간인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가....나는 자식을 낳는 데에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인간이었나...'

나는 지금도 10시간 가까이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는 아들녀석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나를 통해 이 세상에 나온 녀석이니 A/S까지는 어떻게든 해야 할텐데...남편이야 남의 편이라 치고

핏줄을 나눈 이 녀석은 어쩌나.

 

 

그래도, 그래도 식물과 가족은 포기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인생후배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인생이 나이 순대로 철드는 것도 아니고 나이를 훈장처럼 들이대는 정신나간 어른 흉내를 내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역시 후배에게도 배울 점은 있다는 것은 인정.

 

그녀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나? 프로필에 나온 작품의 제목들이 낯선것을 보면 읽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우리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책 한권으로 동지감 내지는 친밀감을 마구 느끼게 된다.

먼 나라에서도 그녀의 책이 잘 팔린다니 여기저기 동지들이 많은 모양이다.

차 한잔, 아니 그녀가 술을 좋아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언제 만나 술이라도 찐하게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 노릇하기도, 자식 키우는 일도, 워킹맘으로 살아내는 일도 여전히 힘들어하는 동지들아 우리 모여서

술이라도 한잔 하자구요. 비슷비슷하게 같이 늙어가고 있는 동지들이여.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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