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와 '그림자'의 작가 카린 지에벨의 최신작 '빅 마운틴 스캔들' 역시 내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프랑스의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랑이야기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산에서 나고 자란 뱅상 라파즈는 국립공원 관리자이자 친구인 피에르가 실족사로 죽자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확신한다.
어린시절부터 친구였던 피에르만큼 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친구가 실족사를
할리가 없다고 생각한 뱅상은 단순자살로 처리한 군인경찰대를 믿지 못하고 홀로 사건을 쫓기 시작한다.
뱅상의 곁에는 이제 막 군인경찰대 대원이 된 세르반이 동행한다.
마흔 하나의 중년이 된 뱅상은 5년 전, 그를 떠나겠다는 쪽지 하나만 남기고 떠난 아내 로드를 잊지
못한다.
서로 너무도 사랑했지만 로드는 관광객과 눈이 맞아 남편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떠났다고 소문이 났다.
그 후, 뱅상은 더는 여자 때문에 아파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두터운 갑옷을 두르고 살아가고 있었다.
매력적인 남자인 뱅상에게 대쉬하는 여자는 많았지만 뜨거운 하룻밤이 지나면 뱅상은 여자들에게
싸늘해지곤 했다.
산악가이드가 직업인 뱅상은 여행사에 새로온 직원 스무살의 미리엄과 뜨거운 밤을 보냈고 역시
싸늘하게 이별을 고했었다. 첫사랑의 아픔을 견디지 못했던 미리엄에게 새로운 설레임을 주었던
뱅상의 싸늘함을 견디지 못했던 미리엄을 자살을 하고 만다.
이제 뱅상은 여자에게 못할짓을 하는 나쁜놈이 되어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고 만다.
그런 와중에 피에르마저 죽게 되자 뱅상의 외로움은 깊어지고 자신과 사건을 함께 쫒게된 세르반에게
마음이 기울게 된다.
하지만 세르반에게는 뱅상을 사랑하지 못할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피에르의 집과 비밀창고에서 거액의 돈이 발견되고 더구나 직장 상사의 부인과 정을 통하고 있었음도
밝혀진다.
뱅상역시 로드에게 받은 상처외에도 어린시절 폭행을 일삼던 아버지와의 비밀을 감추고 있다.
사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세르반이나 뱅상처럼 감추고 싶은 비밀들이 있다. 그리고 아내를 너무도
사랑하지만 다른여자를 품을 수밖에 없는 피에르처럼 인생에는 뜻밖의 사고들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어느 날, 예고없이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나고 나면 결국 남은 사람들은 배신의 아픔과 상처를 지니고 지옥같은 삶을
살게 된다.
뱅상도 그러했고 피에르의 아내 나디아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진실은 의인들에 의해 밝혀지는 법.
오래전 살인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에 얽힌 당사자들의 비밀들이 하나 둘 밝혀지고 그 사건뒤에 피에르의 죽음이 있었다.
스릴러의 정점은 역시 반전! 일찌감치 악마로 찍힌 인물들이 아닌 믿었던 사람이 범인들과 한패임이
밝혀지고 뱅상과 세르반은 자신들을 죽이려는 범인들과의 마지막 추격이 펼쳐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살인자가 된다면 나는 그 사건을 덮을 수 있을까. 심지어 사건을 덮는 댓가로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면?
어쩌면 나도 죄를 덮기 위해 죄인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랑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두꺼운 방패로
막아내도 사랑의 힘은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막판 추격신과 범인들이 밝혀지는 장면들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악인에게 해피엔딩은 없다는 결말이 짜릿하다. 뱅상과 세르반의 사랑도 해피앤딩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거대한 자연과 탐욕에 찌든 인간들과의 싸움,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모습은 어떤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카린 지에벨'이란 작가가 다시 한번 내 마음속에 각인된다. 조금쯤은 푸근해보이는 그녀이기에
이런 타이트한 작품이 놀랍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이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기에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