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인생 - 광고크리에이터 김혜경의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 두 번째 이야기
김혜경 글.그림 / 로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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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단 나와 비슷한 시간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글이 좋다.

나보다 고작 한 살 어린 이 저자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도 그녀가 살고 있는 양평에

카페에 앉아 그녀와 수다를 떨고 있는 기분이 든다.



잘 늙어가는 일이 이제 최대의 희망이 되는 나이가 되고 건강 챙기는 일이 지상 최대의 과업이

되어가는 일상이 너무 비슷해서 편한 옷을 입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회생활 현역으로 남아있다는 것이 놀랍다.

무능할 수록 목소리만 큰 상사의 부당함과 싸우고 남성위주의 서열주의를 깨버린 것 같아 통쾌하기도 하다.  나 역시 결혼을 하면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입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지금 보험설계사를 하는 친구 두엇을 빼면 사회생활을 하는 친구는 없다.

사회초년생일 때는 내가 저 윗자리에 오르면 사회생활이 좀 더 편하지 않을까 기대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녀의 말처럼 윗사람 노릇이 아랫사람 노릇보다 어렵다.



그녀가 사회생활을 한 지는 30년이 훌쩍 넘었을 것이다.  가정생활과 사회생활 둘 다 잘해는 일은

쉽지 않다.

누군가 그것에 대해 질문을 하면 다 잘 하려고 하지 말라고 시크하게 대답하는 모습이 맘에 든다.

뭐 둘 다 잘하면 좋기야 하지만 인생이 너무 피곤해지 않을까.

하지만 그녀의 멀티플레이는 확실히 남다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요가를 하고 간단하지만 간단하지 않은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도시락까지 싼다음 직접 차를 몰고 양평에서 강남까지 치열한 출근전쟁을 치른다.

발레까지 하려다가 짧은 다리로는 영 모양새가 나지 않는다고 포기했다는 장면에서는 슬며서 안도감이 든다. 왜지?  나랑 비슷하게 살아온 그녀가 너무 멀티스러운게 샘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은 정작 작가타입은 아닌 것 같다고 하지만 이미 두 권의 책을 낼만큼 글솜씨가 상당하다.

광고라는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해서 그런지 사고도 유연하고 녹슬지 않았다.  그녀의 말처럼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라는 말에 공감하고 싶어진다.  나이가 들어가는 일이 맛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맛있게 늙어가는 우리 세대를 대표해서 아주 오랫동안 현역으로 남아있었으면 한다.

같이 손을 잡고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며 고된 인생길을 함께 걷는 듯한 그녀의 이야기가 참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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