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트래블 : 부산 미식을 여행하다 푸드 트래블 Food Travel 2
고연경.론리플래닛 코리아.올리브 매거진 코리아 지음 / 컬처그라퍼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부산하면 대학시절 껄뱅이들과의 가난한 여행이 떠오른다.  지금은 없어진 비둘기호였던가.

가난한 대학생들이 그나마 가장 싼 기차표를 구해 지겹게 달려서 도착한 곳이 부산이었다.

부산껄뱅이들이 배낭을 짊어지고 마중을 나와 있었고 배낭위에 둘둘감겨있는 담요를 보고

'왜 한여름에 담요래'하고 코웃음을 쳤었다.  하지만 한여름의 바닷가는 추웠다.

자다보니 여학생들이 모두 담요가 있는 남학생들의 텐트에서 겹치듯이 자고 있었다.

아, 이 책을 보니 30여 년전의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당시 해운대와 광안리는 지금보다 무척 소박했으며 민락동 수산시장에서 근으로 파는 아나고를 사서 근처 초장집에서 처음 '회'라는 걸 먹었었다. 생애 첫 회시식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남포동의 충무김밥집이며 원산면옥, 완당집 같은 당시 맛집을 순례했었다. 

당시 부산이 소박한 처녀의 모습이었다면 지금 부산은 화려한 여인네같은 모습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면서 국제도시로 성큼 올라선 부산을 뿌듯하게 생각하지만 오래전 그 맛집들이 살아남았는지 궁금해진다.



유레일패스나 JR패스처럼 발매 당일 구간과 횟수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는 1일권이 있다니 4,500원으로 온종일 부산을 누빌 수 있으니 아주 든든한 정보다.



남포동 골목에 수많은 먹거리들도 놀랍고 부평시장, 일명 깡통시장내의 살뜰한 먹거리도 군침이 돈다.

1인분 3,800원이라는 유부전골이며 씨앗호떡, 그리고 부산의 명물 납작만두는 언제 먹어볼까.



그렇게 많이 부산을 오르내렸건만 제대로 된 돼지국밥을 먹은 기억이 없다. 서울에서는 순대국밥이라고 부르는 이 국밥이 명물이라는데 저자의 말대로 정구지무침을 팍팍넣고 얼큰하게 다대기 풀어서 한그릇하면 속이 확 풀릴텐데.

뭉근하게 오랫동안 우려낸 이 음식이야 말로 부산의 모습을 진정으로 담은 것이 아닐까.



제주올레길처럼 부산역 앞 초량이바구길은 나도 처음 듣는 길이다.  일단 부산역에서 내려 저자가 그린 상세코스대로 한번 걸어볼까싶다. 168계단 옆에는 추억의 도시락을 파는 집도 있고 이름도 걸죽한 6.25막걸리집도 있다니 나그네 갈증을 제대로 달래볼까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맛집들의 이름을 보면서 부산사람들의 풍류가 남다르다 싶었다.

'우럭쌀롱'이라니...ㅋㅋ 우럭으로 할수 있는 음식을 파는 집이란다. 회, 구이, 매운탕...이름 한번 얼큰하다.  1959마라톤집은 또 어떻고. 화통하고 아쌀한 부산사람들이 가게 이름으로도 벌써 팍팍 느껴진다.


가고 싶다. 일단 부산까지만 도착하면 시티투어버스든 지하철이든 저렴한 교통비로 즐길 수 있도록 세세한 정보가 가득하다. 그렇다고 너무 가난한 여행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 있는 괜찮은 카페며 죽여주는 양식당까지 먹거리 정보가 가득하다.  개성있는 게스트하우스 정보도 맘에 든다.

일단 부산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필수아이템으로 적극 추천하고픈 책이다.

그리고 예전의 내가 그랬듯이 추억 한 아름 간직하고 오기를 바란다. 부산은 그런 곳이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하는 도시.  먹고, 마시고 구경하고 오래전 추억까지 더듬을 수 있었던 제대로 된 여행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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