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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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여덟살이 되려는 일곱살짜리 여자아이 엘사에게는 수퍼히어로가 있다.

엑스맨도 아니고 베트맨도 아니고 바로 엘사의 외할머니이다.  혹시 여자 수퍼히어로가 있다고

들은적이 있는가.  할머니에게는 여자가 왜 수퍼히어로가 되면 안되는지 전혀 문제가 되질 않는다.

오래전 유명한 외과의사였다는 할머니 그리고 병원을 경영하는 엄마와 이상한 이웃들이 함께 살고 있는

공동주택에서는 괴팍한 노인네쯤으로 취급받고 있지만 엘사에게 할머니는 단 하나의 친구이다.

두 사람에게는 깰락말락나라의 미아마스로 통하는 열쇠가 있고 둘만의 암호가 있다.

아빠와 이혼하고 예오리아저씨와 함께 살고 있는 엄마는 반쪽이를 임신했다.

엘사는 반쪽이가 태어나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거라는 불안을 감추고 있다.

할머니는 엘사에게 미아마스의 기사의 작위를 주었고 엘사는 용감한 기사가 되어 할머니와 함께

괴물을 무찌르는 꿈을 꾼다.



엘사의 모든 것이었던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하늘나라로 떠나자 엘사는 큰 충격에 빠진다.

하지만 용감한 기사답게 할머니의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할머니의 마지막 편지를 전하는 일이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렜어요'라는 제목은 바로 엘사가 부여받은 임무였던 것이다.

공동주택의 규칙만 강조하면서 잔소리만 해대는 브릿마리와 켄드, 그리고 무슨이상한 증후군을 가진 아이와 아이의 엄마, 택시운전을 하는 알프, 커다란 개가 숨어사는 괴물의 집...할머니가 전하라고 했던 편지는 바로 엘사와 함께 사는 공동주택의 이웃들이다.

편지를 전할 때마다 드러나는 이들의 과거들. 그리고 할머니와의 특별한 인연들의 비밀을 알아가면서 엘사는 할머니의 몰랐던 시간들을 알게된다.  그리고 어린시절 자신을 팽개쳐두고 다른 아이들을 구하기위해 집을 떠났던 할머니에 대한 원망을 가진 엄마의 진심을 알게된다.



괴팍스럽고 이상한 할머니라고만 생각했지만 사실은 많은 사람들을 구해주고 치유시키려고 노력했던 사실을 확인한다.

엘사가 태어난 날, 엄청난 쓰나미가 덥쳐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자신을 구하고 죽어간 두 아들을 잊지 못했던 검은 치마를 입은 여인의 사연도 알게된다.  사실 엘사가 살고 있는 공동주택에 모인 이웃들은 모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외로움과 상처를 숨기기 위해 괴물처럼 혹은 잔소리꾼처럼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곧 여덟살이 되는 아이가 이해하기는 힘든 사연이지만 엘사만큼 똑똑한 아이들은 이해할 줄 안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던 엘사, 그리고 곧 태어날 동생의 존재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던 엘사에게 할머니는 검이자 방패였고 절대적인 아군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죽음을 알게된 할머니는 엘사에게 과거의 비밀을 하나씩 알려줌으로써 엘사가 더 용감하게 세상과 맞설 수 있도록 편지를 전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엘사에게 남긴 편지에 눈이 시큰해진다.  엘사의 곁에서 영원한 아군으로 남지 못하고 떠날 수 밖에 없음을 할머니 특유의 틀린 맞춤법으로 써내려간 편지가 이 책의 진정한 메시지일 것이다.

조금쯤은 괴팍해보이고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누구나 상처와 추억이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엘사뿐만이 아니라 우리도 알게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엘사에게 전하려 했던 할머니의 편지는 바로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전작 '오베라는 남자'에 이은 이 작품역시 인간의 본성과 따뜻함을 전하는 저자의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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