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조조 모예스 지음, 송은주 옮김 / 살림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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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독일이 점평한 프랑스의 생페론의 호텔은 이제 과거의 호화스러움은 찾을 수 없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호텔은 큰 딸인 소피와 둘째딸인 엘렌 그리고 이제 열 네살인 남동생 아우렐리앙이 살면서 겨우 호텔이란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쓸만한 것들은 모두 독일군에게 징발 당하고 배급식량으로는 굶주림도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서른 살의 소피는 동생들과 조카들까지 돌보며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데 징발당하지 않고 몰래 숨겨둔 돼지때문에 큰 위험에 처한다. 

돼지의 존재를 알게된 독일군들은 호텔로 쳐들어오고 소피는 기지를 발휘하여 위기를 모면한다.  새로 부임한 독일군 사령관은 그전 사령관과는 조금 다른 인물처럼 보였다.

소피의 남편인 화가 에두아르는 소피에게 첫눈에 반해 모델이 되어달라고 했었고 그녀가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을 화폭에 남겼다.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라는 이름이 붙은.


소피의 호텔로 독일군의 식사를 부탁하러 온 사령관은 그 그림에 푹 빠지고 만다.  전쟁이 나기 전 독일에서 지성인이었던

사령관은 미술이나 음악에 조에가 깊은 인물로 묘한 매력을 풍기는 그림의 주인공 소피에게 관심을 보인다.

 


 

다소 보수적인 생페론의 사람들은 독일군과 정을 통하고 있는 릴리앙을 창녀라고 손가락질 하고 심지어 그녀가 빵을 사러오면 바구미가 가득 든 빵을 팔곤 했다. 하지만 릴리앙은 프랑스군의 스파이로 마을사람들을 돕고 있었지만

소피만 눈치를 챘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피는 남편인 에두아르가 수용소로 끌려갔다는 전갈을 받게 된다.

오로지 그와 다시 만날 날을 위해 배고픔과 비굴함을 견디며 그가 남긴 그림을 위안으로 살아온 소피였다.

소피는 남편을 구하기 위해 사령관을 찾아간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그에게 바치게 된다. 그 사실을 눈치챈 동생들은 소피를 원망하고 마을사람들은 창녀라고 손가락질을 하게된다.  나라면 사랑하는 남편을 살리기 위해 사령관에게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었을까.

 


 

90년의 시간이 흐른 런던. 서른 둘의 미망인 리브는 건축가인 남편이 남긴 글라스하우스에서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

수입이 거의 없어 지방세 독촉이 심해지지만 집을 팔 생각은 전혀없다. 리브의 글라스 하우스 거실에는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가 걸려있다. 신혼여행을 갔던 스페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그림을 알아본 남편은 엄마의 유품이니 그냥 가져가라는 여인에게 300프랑을 지불하고 구입한 그림이다.

도도하면서도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그림앞에서 리브는 안도감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이 그림이 독일군에게 빼앗긴 전리품이라며 반환을 요구하는 화가의 가족들.  우연히 만나게 된 폴이라는 남자와 잠시 애틋한 감정을 가졌지만 바로 그 남자가 도난당한 그림을 되찿아주고 커미션을 챙기는 업자일 줄이야.

리브는 깊은 절망감을 느끼지만 그림을 지키기 위해 모험을 시작한다.


남편을 잃은 리브와 영국인 아내와 이혼을 한 폴의 아슬아슬한 사랑도 흥미롭지만 100여 년 전 조국은 독일군에게 점령당하고 사랑하는 남편을 전장에 빼앗긴 소피의 간절한 사랑이 더 애달프다.

남편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버리는 소피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소피의 초상이 왜 90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 리브의 거실에 걸리게 된 것일까.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에게 소피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된다.  리브가 그림을 구하기 위해 소피의 삶을 되밟아가는 여정은 감동스럽다. 사랑의 승리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의 업을 포기하면서까지 리브와 그림을 지켜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폴의 모습도 아름답다.

전작인 '미 비포 유'가 사랑의 테마라고 한다면 이 작품은 전장의 비참함과 점령군인 독일의 잔혹함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프랑스인의 저항정신도 돋보인다.

소피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는 독자가 판단할 문제이다.

리브가 밟아간 소피의 과거에는 아름다운 반전이 숨어있다. 그리고 그림을 되찾기 위한 마지막 공판에서 폴이 찾아낸 마지막 한방의 주인공은 누구인지 확인해가는 과정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아름다운 사랑과 비극적인 역사를 버무린 솜씨가 대단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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