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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기적입니다 - 민들레 국수집 주인장 서영남 에세이
서영남 지음, 이강훈 사진 / 샘터사 / 2016년 2월
평점 :
오늘 하루 어떠셨나요? 즐거운 분들도 있고 힘든 분들도 있으시겠지요.
어제같은 오늘, 바로 이 하루가 기적같다고 여기는 분이 있습니다.
독특하게도 오래전 수사의 길을 걷다가 환속하여 예쁜 여인과 결혼을 하고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세속의 즐거움을 아주 특별하게 나누는 분이시지요.
'인간극장'이라는 TV프로에서 한 번쯤 본 분들도 계실거고 '민들레국수집'이라는 말도 들은 분이
있으실겁니다. 바로 이 '민들레국수집'을 처음 열었던 서영남씨입니다.
누군가는 고결한 성직자가 세속에 환속한 것을 안타까이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몸소 나눔을 실천하는 이 분은 수도원의 담장안에
가두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하나님이 슬쩍 데리고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나님을 대신해서 사랑을 실천하는 제자로 쓰시는 거라고.
정말 너무나 적은 돈으로 국수집을 차렸습니다. 필리핀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민들레집이 여러곳이 생긴 지금까지 쌀걱정이 떠날 날이 없었다고
합니다. 당장 쌀독이 비어서 걱정을 하고 있으면 누군가가 나타나서 소리없이 채워주고 가더라며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란 말을 하실때는 초긍정의
이분..정말 하나님이 어찌 안쓸수가 있을까 싶습니다.
저도 길을 걷다가 냄새나고 누추한 노숙자를 숱하게 마주칩니다. 단 한번도 그들에게 돈이나 음식을 나누어 준적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살았길래 저렇게 길에서 자신을 방치하고 살게 되었을까...물론 열심히 살다가 피치못하게 길에서 잠을 자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시골 어디선가는 지금도 일손이 부족해 난리라는데 저 한몸 밥이야 어찌 벌지 못할까 싶어 혀를 찬적이 여러번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그들이 게으르고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밥 한술을 얻어 먹으러 오는 사람들을 VIP라고 모시는 이 할아버지의 일갈을 들으니 다소 부끄러움이 느껴집니다.
남에게 조그만 도움을 주었다는 것을 과시하고 생색을 내거나 없는 사람들을 업수이 여기고 군림하는 사람들을 폭력이라고 야단을 치십니다.
정의가 없는 사회복지는 폭력이다...참 공감가는 말씀이십니다.
사업을 위해 기부를 하는 사람도 있고 생색을 내기위해 하는 사람도 있고 동정으로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나눔이든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저부터 나눔은 하지도 않으면서 비판은 하늘을 찌릅니다. 그리고 역에서 술먹고 시비를 붙는 노숙자들을 보면서 경멸을 보냅니다.
그들이 어떤 시간을 지나 길잠을 자야했는지는 알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세상 어느 분들은 이런 분들을 아무 물음없이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노숙자뿐인가요.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간 죄인들을 끝없이 사랑합니다.
도무지 저같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제가 만약 하나님이었다면 세상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테러에 모든 비극들을 보면서 한숨을 쉬고 이제는 정말
종말이라는 벌을 내려야 하는게 아닌가 고민하지 않을까.
아무리 '사랑' 그 자체인 신이라도 말이죠. 하지만 여기 이 무작정 아무 이유없이 밥을 짓고 국을 끓여 '드세요'라고 외치는 이 할아버지와
민들레 가족같은 분들이 있어 망설이는 것이 아닌지.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냈습니다. 정말 살기 힘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누구에겐가 오늘 하루는 간절히 살고 싶었던 하루였을지도
모릅니다. 이 할아버지 말씀처럼 하루 하루가 기적이라고 여기겠습니다. 그리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저도 힘좀 써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