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 무 1 - 신이 선택한 아이
문성실 지음 / 달빛정원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巫)의 의미를 보면 하늘과 땅,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사람을 뜻한다.

하늘과 땅의 신과 소통하고 저승의 귀신들과 소통하는 무의 세계는 신비롭기만 하다.

혹여 미신이라고 터부하기도 하지만 서양에서는 '샤먼'이라고 불리며 나름내로 인정을 받는 존재이다.

전통적인 '巫'의 세계를 보여주면서 악귀와 맞서는 소년 낙빈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쏙 빠져든다.

마치 홍콩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악귀의 이마에 부적을 붙이고 주문을 외우는 장면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설천면의 깊은 산속에서 무당인 엄마와 사는 낙빈은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쓸쓸하게 살아간다.

자신과 같은 길을 걷지 않게 하기 위해 낙빈의 어머니는 자신의 신들에게 간곡하게 빌지만 낙빈에게 올 신은 신중의 신 '태고지신'이라 절대 막을 수 없다. 하지만 평생을 신을 모시는 운명으로 살아가야할 어린 아들을 위해 감히 신과 대적 하지만 결국 패배하고 만다. 심지어 신과 대적하느라 쇠약해진 틈을 노려 악귀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엄마를 잃을 위험에 처하자 낙빈은 자신도 모르게 악귀와 맞서는 비법들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세상에 귀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얼마나 믿을까.

주일마다 교회에 나가는 사람들은 물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손사래를 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귀신의 존재를 믿는다. 교인들이 자신의 신을 믿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가 서문데도 언급한 고 서정범 교수의 '무녀별곡'을 보면 세습무와 강신무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들이 나와있다.

무(巫)의 기운이 유전처럼 전해져 세습할 수 밖에 없는 세습무들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신을 모셔야 한다.

바로 낙빈의 어머니처럼 말이다. 그리고 실리는 신의 등급에 따라 무당의 신통력도 달라진다.

어린 낙빈은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한 어머니의 당부에 따라 스승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만난 정희, 정현 쌍둥이 남매와 승덕과 함께 악귀들을 소멸시키게 된다.


분명 소생 가능했던 환자들이 연이어 자살을 하는 사건을 접하고 병원으로 향하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영화 '코스트버스터즈'를 보는 느낌이다. 희생보살의 신을 모신 정희, 무술에 능한 정현, 그리고 심리학을 공부한 승덕의 조합의 최정예부대를 보는 것같다.

낙빈은 신의 세계에 들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잡신부터 악귀의 존재까지 느낄 수 있는 신안을 가지고 있는데다 귀신을 물리칠 수 있는 부적을 쓰는 능력까지 갖추어져 간다.


소설에 등장하는 악신들은 오래전 무당들에 의해 퇴치되었지만 다시 부활한 악귀부터 자신의 죽음을 미처 알지 못한 채 저세상으로 떠나 재능을 피워보지 못한 원한령, 그리고 억울하게 방공호에 갇혀 굶어죽은 아귀까지 다양하다.

더구나 그런 귀신들과 동물귀까지 합세하여 마귀가 된 악귀를 보니 끔찍하기도 하다.


한 편의 영화를 보듯 흥미진진한 퇴마판파지를 경험하고 싶다면 꼭 봐야할 소설이다.

1편에 이은 다음편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더 특별한 것은 단순한 판타지 소설이 아닌 신비스런 巫의 세계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믿는 것은 읽은 사람의 자유이지만 나는 저자가 터부시하는 巫의 세계를 이렇게 심오하게 연구하고 판타지소설로 탄생시켰음에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