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가비 해변
마리 헤르만손 지음, 전은경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에 두고온 추억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서흔 아홉의 울리카는 이혼후 두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실종된 사람들의 설화인 민족학을 연구하는 울리카는 어린 시절 여름 별장이 있던 조가비 해변으로 두 아이와 함께 찾아간다.

아이가 해변틈에 있던 동굴에서 해골을 발견하게 되고 울리카는 오래전 여름별장에서 안네 마리의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동갑이었던 안네 마리의 가족들은 마치 '꿀과 사과즙의 향기'로 빛나는 가족같았다.

외동이었던 자신과는 다르게 4남매의 화목한 모습이 너무나 좋았던 울리카는 남몰래 안네 마리네 가족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 치과의사인 아버지와 주부인 자신의 부모보다 언론에 주목받던 안네 마리네 부모는 인도여행중에 마야라는 여자아이를 만나게 되고 입양하기에 이른다.

검은 피부에 말을 하지 않는 마야는 약간의 정신지체를 보이기도 하지만 신비로움에 휩싸인 아이였다.

안네 마리와 마지막 휴가를 보냈던 여름 날, 마야는 갑자기 실종되었고 3개월이 흐른 후 홀연히 아무 상처없이 나타났다. 어느 누구도 마야가 누구에 의해 어디로 납치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다시 일상이 시작된다.



울리카는 아이들을 전남편에게 보낸 휴일 아련한 추억에 이끌려 조가비 해변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 안네 마리의 오빠인 옌스를 만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되고 안네 마리와 마야가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을 듣게 된다.

울리카에게 빛나는 열정을 전해주었던 안네 마리는 뚱뚱한 아줌마가 되었고 마야는 공동체 생활을 하는 시절로 들어가 편안하게 지내고 있었다. 울리카와 어린 시절을 추억하던 옌스는 오래전 마야의 실종에 해변에서 발견된 해골의 여인이 관여된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소설의 전개는 울리카와 해변의 동굴에서 발견된 해골의 정체라고 짐작되는 크리스티나의 시선이 교차되면서 전개된다.

실제 크리스티나가 마야를 만나 꿈같은 시간을 보냈것인지 아니면 옌스가 지어낸 이야기인지는 독자가 선택할 문제이다.

많이 소개 되지 않았던 스웨덴의 가정모습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얼핏 문제없이 잘 지내는 부부처럼 보였던 안나 마리의 부모들도 큰 상처를 지니고 있었고 결국 이혼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울리카 자신 역시 이혼녀가 되어 외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새로운 사랑에 대한 환상은 없다.


 

다소 담담한 전개로 속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세상 어디에서나 울리카와 같은 삶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게된다.

어린 시절 안네 마리를 우상처럼 여기던 울리카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길을 걷게 되고 안네 마리는 울리카에게 한때는 '열쇠'같은 아이였지만 역시 평범한 주부로 살아간다.

그리고 치유되었다고 믿었던 상처는 평생을 따라다니며 삶을 흠집내기도 한다. 마야는 안네 마리의 부모가 감춰두었던 상처의 상징같은 아이였다. 평범하게 보이지 않았던 크리스티나와 마야는 오히려 삶의 기쁨을 어떻게 표현하고 나누는지를 아는 보물같은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도 이런 추억이 숨어있는지 모른다. 가슴 한켠에 숨어있는 조가비 해변의 추억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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