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 해도 좋아
가타노 토모코 지음, 김진희 옮김 / 생각정거장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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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

'바다에 나갈 때는 1번 기도하고, 전쟁에 나갈 때는 2번 기도하고, 결혼 할 때는 3번 기도하라'

대체로 결혼에 대한 속담이나 격언은 다소 부정적이다.

위트의 대명사 버나드 쇼는 '마누라가 죽었다 나는 자유다'라고 외쳤다는 말도 있다.

한집 걸러 이혼자 가족이 있다는 말도 있으니 결혼은 참 투자대비 실속이 별로 없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후회를 하더라도 해보고 후회하라는 말도 있고 수많은 성서에도 결혼을 하지 말라는 말은 없다.

어차피 인간은 자연의 섭리대로 누군가와 짝을 맺어 번성시켜야 하는 의무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우리 젊은이들을 보면 이런 의무감은 말도 안되는 일인것 같기도 하다.

실제 서른 살이 되는 딸내미도 결혼 생각이 없이 나역시 굳이 결혼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딸 또래의 작가의 결혼에 관한 이야기는 귀가 확 뚫리는 것 같다.



작은 섬에서 태어나 문화의 빈곤속에서도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이룬 당찬 도모코이지만 결혼에 대한 생각은 다소 관념적이었던 것 같다. 그저 적당한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지지고 볶고 사는 그런 삶이 당연하다고 생각 했고 '이 사람이다'싶은 남자를 만나 3년 여 정도 동거까지 했다.

하지만 그가 결혼하자는 말을 해주지 않자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이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어떻게 결혼에 이르렀는지 리서치하기도 한다.



결국 동거는 결혼에 이르지 못하고 결별하기에 이르고 추억을 묻은 채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사를 하게 된다.

도쿄의 화려한 모습에 오히려 더 외로움을 느끼고 우울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점차 도쿄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거대한 도시가 오히려 결혼에 다소 보수적인 시각으로부터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나라 미혼들이 명절에 가장 힘든점도 바로 '언제 결혼하니'하는 질문이었다고 하더니 이런 점에서 일본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대도시의 사람들은 이런 사고에 시골보다는 훨씬 유연한 편이다.

그런 점에서 도쿄생활이 도모코에게 결혼에 쫓기지 않는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하긴 나도 지금 남해의 조그만 섬에서 지내고 있지만 도모코의 말처럼 어딘가 폐쇄적이고 비수용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너무 과도한 관심과 폐쇄성에 질식할 것처럼 답답하기도 하다.



아마 도모코가 도쿄로 이사하지 않고 오사카에 계속 머물렀다면 결혼에 대한 압박이 더 심해졌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도모코가 아기자기한 결혼에 대한 꿈을 잠시 내려놓고 자유스런 삶을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흔히 '인연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싱글을 고집해도 운명처럼 누군가를 만나 결혼을 하는 경우도 많다.

부모님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고 순진한 매력을 지닌 도모코를 통해 서른 즈음의 싱글녀들의 고민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딸아이에게 꼭 읽어보게 하고 싶은 책이다.

'결혼, 안 해도 좋아'라고 등을 두드려주고 싶다. 하지만 도모코처럼 자신의 삶을 착착 무리없이 진행할 자신이 있다면 말이다. 글씨가 너무 작아 눈을 크게 뜨고 봐야하는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너무 유쾌하고 당당한 도모코와 함께 한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아주 재미있는 만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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