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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의 보물상자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6년 1월
평점 :
아주 사소한 것들도 누구에게인가 보물이 될 수 있다.
어린 딸치코를 키우고 있는 서른 두 살의 싱글맘 미코에게는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보물상자가 있다.
오동나무로 만든 그 보물상자를 열면 할머니의 유품이었던 거울이 붙여져있다.
미코가 그 보물상자에 넣은 것들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다.
반짝이는 돌이나 종이 비행기, 하지만 미코에게는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추억들이다.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고 조부모밑에서 자란 미코는 자애로운 할아버지에게 사랑을 받았지만 너무 엄격한 할머니때문에 마음속에 상처를 지니게 된다.
그래서였을까. 사랑받고 살기를 바랬던 조부모의 기대를 저버리고 열 여섯 어린 나이에 가출을 하고 만다.
'부모없이 자란 아이'라는 꼬리표가 미코의 삶을 너무 어둡게 했던 것인지 미코는 자신을 주장하지 못하고 수동적인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떠나버린 남편을 대신하여 어린 딸 치코를 소중하게 키우는 것이 큰 목표이다.
미코는 낮에는 간병인으로 밤에는 성업소에 나가는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다.
어린 딸을 키우기 위해 돈을 모으느라 자신을 희생하는 미코는 밤의 어두운 생활도 밝은 마음으로 해낸다.
그렇게 살아온 미코에게 위로 받았던 사람들의 사연도 감동스럽다.
미코가 다녔던 중학교 보건교사였던 나나짱이나 어린시절 미코와 동거생활을 했던 소심한 남자 후미야, 그리고 어린시절 유일하게 미코의 친구였던 구미짱. 사실 그들 모두에게는 나름의 외로움과 상처가 숨겨져 있었다.
하지만 맑은 미코의 눈을 통해 상처를 극복하고 나름의 보물을 찾아간다.
'마음은 상처 입는 게 아니라 연마되는 거거든....한 번 두 번 문지르다 보면 결국 반들 반들 빛이 나잖아.'
미코는 사랑하는 딸에게 사포로 닦인 마음이 이제는 반짝 반짝 빛나고 있지 않냐고 위로해준다.
이제는 커서 결혼을 앞둔 치코는 자신을 위해 헌신했던 엄마와 마지막 밤을 아쉽고 행복한 마음으로 보낸다.
내가 좋아하는 모리사와 아키오작가의 작품이라 기대가 컸다. 기존의 작품들보다 다소 실망스러웠다.
미코가 왜 기어이 조부모의 곁을 떠나야 했는지 그리고 여자로서 가장 마지막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 성업소에서 일해야 했는지 납득이 되질 않았다. 아무리 성에 관대한 일본이긴 하지만 어린 딸을 키우기 위해 선택할 직업은 아니지 싶다. 하지만 실제 미코와 비슷한 환경에 있었던 '제리코'란 여인이 모델이라고 하니 설정이 억지만은 아니다. 어린시절의 상처를 사포로 문질러 반짝 윤이 나게 만든 미코의 지혜가 아름다웠던 작품이다.
그녀의 선택이 아무리 깨끗해 보이지 않아도 그녀의 삶이 빛나더라는 것이 저자가 하고 싶었던 메시지였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 어떤 보물을 담고 살아가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던 감동적인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