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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마흔 살의 로빈은 정확한 계산을 요구하는 회계사이다.  낙천주의자였던 아버지와 성실했던 어머니사이에 조금은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내서였을까 보헤미안 기질이 넘치는 화가 폴을 만나 재혼하기에 이른다.

그녀의 첫 결혼상대는 사회적으로는 성공한 사람이었지만 섹스에 통 젬병이었던 남자였다.

사랑으로 섹스문제정도는 극복이 되리라 기대했지만 결국 남자는 자기비하에 빠져 결혼을 파탄내고 말았었다.

폴은 매력적인 남자였다. 로맨틱하고 열정적인데다 섹스도 훌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재정에 엉망이었다. 로빈을 만나게 되었던 것도 파탄직전의 재정을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의 천재적인 예술적 재능도 한 몫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빈과 폴의 결혼생활은 자주 삐그덕거렸다. 계속 날아오는 과한 청구서와 여전히 그런 문제를 고치지 못하는 폴의 안일함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폴은 로빈에게 모로코 여행을 제안한다. 로빈과 상의도 없이 이미 모든 예약을 해놓았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선택의 여지없이 로빈은 폴과 카사블랑카로 향한다.

모로코의 오래된 도시 에사우리아에 짐을 푼 폴은 고풍스런 도시를 화폭에 옮기고 로빈 역시 갑작스런 여행으로 긴장을 했지만 오랜만에 깊은 휴식을 갖는다. '폴이 약간의 결함은 있지만 역시 매력적이고 그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고 생각한 로빈은 폴과 뜨거운 시간들을 보낸다.

하지만 폴이 사라지고 만다. 아기를 간절하게 원했던 로빈의 기대를 이미 정관수술을 해버렸다는 것을 알게된 날, 로빈은 그에게 '죽어버려'라는 메모를 남기고 그의 곁을 떠나려고 한다. 하지만 도저히 그의 곁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돌아왔지만 폴은 그녀의 메모에 충격을 받고 자해를 한 뒤 사라졌던 것이다.

 

아기를 고대했던 로빈에게 강펀치를 날리고 사라진 폴을 찾아 로빈은 긴 여정을 시작한다.

그가 타고 떠났다는 버스를 쫓아 와르자자트며 사하라의 사막등을 정신없이 오가던 로빈은 결국 큰 사고를 당하고 만다.

 

 

베르베르인들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구하고 치료를 받던 로빈은 폴을 살해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과 자신을 강간한 청년을 죽였다는 혐의로 경찰이 수배를 내렸음을 알게 된다. 결국 로빈은 경찰을 피해 모로코를 떠나기로 마음먹고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다.

 

정확한 사고를 요구하는 회계사인 로빈이 사회생활이 엉망인 남자 폴을 만나 결혼생활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이유중에 섹스가 큰 자리를 차지한다. 흔히 어른들은 그저 남자는 '처자식 밥 안굶기고 밤일만 잘하면 되여'라고 말한다.

그저 우스개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이 소설에서 폴에게 반했던 수많은 여자들은 그의 황홀한 섹스실력에 그의 단점마저 감싸주는 것을 보게된다. 더구나 폴은 로빈에게 말하지 않은 비밀이 너무 많은 남자였다.

폴의 매력에 취해 그의 단점을 간파하지 못했던 로빈은 목숨을 건 여정에 휩싸이고 만다.

과연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로빈은 소설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폴을 그리워한다.

그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로빈을 도와주는 수많은 사람들의 선행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그녀 역시 자신을 도왔던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는다. 무자비하기로 유명한 유대인 상인마저도 그녀의 선행에 마음을 열고 '나눔'의 보답을 한다. 저자인 더글라스 케네디는 늘 이렇다. 수퍼맨같은 주인공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저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실수 투성이의 인생마저도 의미가 있고 희망이 있고 뭔가 해야만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곤 한다. 사랑이라는 덫에 걸려 목숨까지 위험했던 로빈에게 그토록 원했던 새로운 생명의 잉태가 바로 저자의 메시지인 셈이다. 숨막히는 사막에 함께 내동댕이쳐진 느낌 때문에 내내 갈증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인생은 그래도 살아볼만하다는 마지막 메시지에 마음이 촉촉해지면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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