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실패를 기회로 만드는 등산과 하산의 기술 아우름 10
엄홍길 지음 / 샘터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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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 잘 타는 등반가인줄 알았더니 글도 어쩌면 이렇게 잘쓰는지 모르겠다.

 

 

세계 최초 히말라야 8천미터 16좌 완등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산악인 엄홍길은 단순히 등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인생이 마치 등산과 같음을 깨달은 수행자를 모습을 닮았다.

등산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그의 말처럼 산을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경남 고성에서 태어났지만 세 살 때 엄마등에 업혀 경기도 의정부의 원도봉산으로 이주한 엄홍길은 운명부터가 산에서 살 팔자였던 것 같다. 그 큰 산을 자기집 앞마당처럼 오갔으니 체격자체가 산에 맞춤한 것이 되고 만 것 같다.

그저 건강을 위해 등산을 사람들 말고 오로지 세계 최정상의 산들을 오르기 위해 목숨까지 내거는 산악인들을 보면 난 전해 이해를 하지 못한다. 목숨까지 걸고 올라가서 뭘 얻는 것일까.

그저 정복했다는 뿌듯함만을 얻는 일이라면 목숨까지 내걸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 얼마 전 영화로 나온 '히말라야'도 실제 엄홍길대장이 후배 산악인의 주검을 찾기위한 여정이 아니었는가.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그 현장을 보면서 싸늘하게 얼어붙은 대원을 결국 산에 묻고 내려오면서 흘리던 눈물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은 산으로 향하는 것일까.

 

 

그저 가장 높은 산 봉우리를 넘기 위해 동상에 걸린 발을 자르고 뼈가 부서지는 고행을 겪으면서 엄홍길대장이 얻은 것은 종교인이나 수행자 못지 않은 '도'랄까. '터득'이랄까. 함부로 정의할 수 없는 무수한 진리를 만나고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산에 오르는 일은 바로 우리네 인생과 다르지 않음을 고백한다.

일단 산을 정복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오를 때는 정신을 반짝 차리고 있어 덜 위험하지만 정상을 정복한 후 마음을 놓고 내려오는 길에 더 사고가 많이 난다고 한다. 이를테면 방심을 했다는 건데 인생역시 정상을 향해 오를 때보다 어려움에 닥쳐 내리막을 걷게 되었을 때 더 위험하다니 그의 말처럼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것은 바로 인생의 여정과 닮아 있다.

 

그리고 그가 수많은 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많은 지인들을 하늘에 보내면서 깨달은 진리들은 숙연함을 느끼게 한다.

'비움이란 내 안에 있는 욕망을 덜어내는 일입니다.'

바로 정상이 눈 앞에 보이지만 욕심내지 않고 다음 기회를 약속하면서 힘들게 뒤돌아 내려오는 그의 결단은 바로 이런 비움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의 이런 비움이 없었다면 그 역시 히말라야 어느 산에서 죽음을 만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네팔이라는 가난한 나라에 학교를 지어주는 그의 노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역시도 산을 오르면서 깨달은 '나눔'에 의한 것이라 짐작해본다.

 

거기 산이 있어서 오른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그의 무모하게 보이기까지 한 도전들이 나눔을 통해 그 빛을 더하고 있다.

그의 이런 깨달음이 진정한 산악인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가 넘었던 수많은 산과 힘든 여정의 길에서 얻은 빛나는 교훈을 이 책을 통해 나누어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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