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담아낸 인문학 - 상식의 지평을 넓혀 주는 맛있는 이야기
남기현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먹방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TV에서는 먹방이 한창이다.

왜 갑자기 먹방이 대세가 되었을까. 불황이 계속되고 경제가 어려워지니 먹거리가 땡겼던 것일까.

암튼 이제 사람들은 맛을 찾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고 먼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책은 그저 맛있기만 한 음식을 소개하는 수준이 아니고 인류의 역사에 스민 음식의 기원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뷔페라는 음식문화가 스웨덴의 바이킹의 약탈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며 바닷물을 간수로 써서 만든다는 강릉의 '초당순두부'가 스물 일곱의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버린 허난설헌의 아비 허엽의 작품이라는 것도 놀라운 발견이었다. 이제 초당순두부를 먹을 때마다 그녀가 떠오를 것같다.



 

003.JPG


 


살찌는 음식의 대명사 크루아상이 이슬람 국가들이 싫어하는 빵이 된 이유는? 그러고보니 이슬람국가의 국기에는 하나같이 초승달이 그려져 있음을 깨닫는다. 오래전 이슬람을 믿고 있었던 오스만튀르크 제국은 오스트리아를 공격했다.

성벽 아래 터널을 뚫어 폭약을 설치하려던 오스만의 계획은 어이없게도 오스트리아의 제빵사에게 발각되고 만다.

전쟁은 오스트리아의 승리로 마무리되고 제빵사는 기념으로 초승달을 닮은 빵 '크루아상'을 개발했다고 한다.

자신들이 섬기는 마호메트의 상징인 초승달 모양의 빵을 우걱우걱 씹어먹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분하였을까 생각하니 빵하나에 깃든 전쟁의 역사가 새삼 신기하기만 하다.



마트에 진열될 틈도 없이 팔려나갔던 '허니버터칩'의 원조는 짭짜름한 포테이토칩이었다. 불황이 길어지면 사람들은 단맛에 열광한다고 하던가. 유독 작년에는 이 단맛 포테이토칩이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이 포테이토칩의 발견에는 1853년 미국의 요리사 조지 크럼의 사소한 복수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가 만든 프렌치프라이가 너무 두껍다고 화를 내는 손님에게 골탕먹일 요량으로 감자를 아예 종이처럼 얇게 썰어 기름에 튀겨냈더니 오히려 손님이 너무 맛있다고 추켜세웠다는 것이다.

소심한 복수로 탄생한 포테이토칩이라니...음식에 깃든 스토리가 너무 재미있다.


햄버거의 원조는 어디인지, 왜 수원이 왕갈비로 유명해진 것인지, 글루텐프리가 건강에 좋은 것인지 음식에 담아낸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기자로 음식문화를 취재하다 아예 음식문화의 대가가 된 저자의 상식수준이 놀랍다.

혀에서 느끼는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음식에 깃든 역사까지 짚어내는 그의 이야기에 마음은 든든해진다.

음식의 유래와 그에 깃든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얼른 펼쳐보라고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