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기욤 뮈소'의 책이면 나는 무조건 선택한다. 지금껏 내 기대를 져버린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의 따뜻한 감성을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이 책 위에 겹쳐지면서 책을 덮는 순간 나는 또 얼마나 큰 감동을 얻을 수 있을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다. 역시 이 책도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메사추세츠종합병원 응급의학과 레지던트인 아서는 그동안 뜸하게 지냈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의구심을 갖는다. 뜬금없이 낚시라니...결국 마지못해 끌려간 낚시터는 오래전 조부인 설리반 코스텔로가
사들인 24방위 바람의 등대였다. 할아버지는 이 등대를 사들였던 1954년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
하지만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고 할아버지의 죽음은 의문으로 남았다.
외과의사인 아버지는 이제 겨우 오십에 접어들었지만 주변정리를 시작했다며 모든 재산은 아서의 누나와
형에게 물려주고 아서에게는 고작 24방위 바람의 등대만을 물려주겠다고 선언한다.
단 절대 등대를 타인에게 양도해서는 안되고 지하 벽면 안쪽에 있는 비밀의 문을 절대 열어서는 안된다는
조건이었다.
인간의 호기심이란 절대 하지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 못견디는 법이다.
결국 아서는 아버지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비밀의 문을 열고 만다.
그 방은 '닥터후'의 시간여행처럼 미래로 향하는 문이었다. 1991년 아서는 비밀의 문을 열고 시간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갑자기 오렌지꽃향이 나면서 몸이 무기력해지면서 사라져 버리면 거의 1년을 전후한
미래에 어느 곳에서 불쑥 나타나는 아서!
도대체 등대의 비밀의 방은 무슨 마법이 있었던 것일까.
그렇게 시작된 시간여행중에 아서는 오래전 사라진 할아버지가 여전히 살아있으며 정신병원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아서는 할아버지의 공모하여 자신이 시간여행중에 만난 스무살 여성 리자와
함께 할아버지를 정신병원에서 탈출시킨다. 그리고 할아버지 역시 등대의 지하 비밀의 방을 열었고
시간여행을 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시간여행자의 하루는 1년여의 시간이 되고 그렇게 24번의 여행을
해야지만 마법에서 풀려난다는 것도 알게된다.
아서는 몇 번의 여행을 통해 리자와 사랑에 빠지고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여행이 끝나는 날
그동안의 시간들은 신기루처럼 사라진다는 것을 알지만 리자와의 사랑을 멈출 수가 없다.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남자 아서를 사랑한 리자는 결국 시간여행의 비밀을 알게 되고 서로는 '지금 이 순간'의 사랑만을 만끽하자고 약속한다.
하지만 1년여의 시간을 기다리다 겨우 하루정도만 머무는 남자와의
사랑이 영원할 수 있을까.
리자와의 끊어질 듯한 사랑을 바라보는 아슬아슬함과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사랑하자는 메시지가
가슴아프다. 닥쳐올 미래만 걱정하고 지금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
하지만 역시 기욤 뮈소는 뜻밖의 반전으로 독자들을 충격에 빠뜨린다.
그는 늘 이런 반전을 즐긴다. 솔직히 나는 그의 이런 반전을 기대하면서 마음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번번히 그의 마지막 펀치에 KO패 당하고 만다.
아서와 그의 시간여행에 대한 실체를 확인하면서 진정한 사랑의 모습은 무엇인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곱씹어보게 된다.
2015년 이틀을 남겨둔 오늘 기욤 뮈소의 이 소설로 따뜻하게 덥혀진 마음이 아쉬움을 달래준다.
내년 기욤의 또 다른 사랑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