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탐독 - 나무 박사가 사랑한 우리 나무 이야기
박상진 지음 / 샘터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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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저마다의 나무가 있다'는 표지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과연 나는 어떤 나무가 자라고 있을까, 아니 이미 자랄만큼 자라고 지금은 낙엽 가득 매달고 있는

상수리나무가 아닐까.

오랫동안 한 가지 일만 해온 사람에게는 그 일과 닮은 모습을 쉽게 발견해낼 수 있다.

일단 뿌리를 내리면 인위적인 이동없이는 꼼짝없이 평생을 살아야 하는 나무에게는 우직함과 신뢰감같은 것들이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쓴 저자의 모습도 나무를 닮은 것 같다.



서슬이 퍼렇던 5공화국시절 하필이면 비극의 현장이었던 광주의 대학교에 몸담았던 저자는 교문을 지키고 있는 중위의 매서운 눈길에도 움찔하고 그저 가슴만 쳤다고 했다. 아마 그 현장 근처에도 말할 수 없는 나무들이 많았을 것이다.

단종이 유배를 갔던 영월의 청령포에 나무는 단종이 아내를 그리워하며 기대섰던 나무가 있다고 전해지고 조선역사에 큰 비극이었던 사도세자의 죽음에도 이를 지켜본 회화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이 회화나무는 창경궁 선인문쪽에 그대로 전해진다. 참으로 인간은 이 나무만도 못하구나 싶다.



아무래도 엄격하게 보호되고 있는 궁궐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나무들이 아직도 건재한 모양이다.

창덕궁의 향나무역시 오래전 동궐도에도 존재를 확인할 수있을만큼 유서를 간직한 나무인데 보호한다믄 명목이 있으니 함부로 손질하기도 어려웠던 모양이다.  깔끔하게 손질을 했으면 했지만 말하기가 어려운 그 때 태풍 곤파스가 그의 이런 안타까움을 한 방에 해결했다는 일화에서는 나역시도 고소를 금할 수 없었다.  아마도 향나무역시 그 큰바람을 고마워하지 않았을까.



저자는 대학을 퇴직하면서 달랑 아끼던 책 몇권만을 들고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평생 나무와 나누었던 사연을 정리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제 이 책으로 그런 소망들이 이루어지지는 듯하다.

화투속에 그려진 2월 매화를 보면 할머니가 떠오르고 강진의 은행나무에서는 어쩔 수 없이 조선에 머무렀던 하멜이 떠오른다고 했다. 사람은 가도 추억은 나무속에 새겨진 셈이다.

움직이지 못한다고 영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울안에 있는 오래된 무화과나무에 가끔 막걸리를 부어주면서 어쩌면 내가 이 세상을 떠나도 내 후손이 세상을 떠나도 꿋꿋이 생을 이어갈 나무에게 안녕을 빌어본다.


열매의 모습이 스님의 삭발된 머리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중대가리나무'라는 아주 특이한 이름이 붙은 나무는 언젠가 꼭 보고싶어진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시무시한 가시를 두르는 나무도 있고 옻나무처럼 독을 지닌 나무도 있다.

아마도 인간의 무지한 공격에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그저 선하게 인간이 숨쉬는 신선한 공기를 뿜을 수 있도록 아끼고 보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선하면 나무도 행복할 수 있을 것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무들에 깃든 아름다운 이야기를 가슴에 새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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