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비아토르의 독서노트
이석연 편저 / 와이즈베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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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세로 장수를 누린 버나드 쇼는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다'라는 아주 재미있는 촌철살인 묘비명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누군가는 이런 묘비명을 남긴 것이 아니고 영어 오역에 의한 헤프닝이라고도 하지만 아뭏든 그가 인생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은 상당히 시니컬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나르시스적인 사고를 지닌 내가 천상천하 유아독존식의 아집에 사로잡혀 살면서도 그래도 가장 무서운 대상이 있다면 바로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다.

물론 총을 겨눈 강도라든가 돈을 깔고 사는 부자도 경외의 대상이 되긴 하겠지만 존경심을 포함하진 않는다.

하지만 만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은 역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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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전에는 '남아수독오거서'라는 말도 있고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이 만든다라는 말도 있다.

과거에는 여자에게 교육을 시키지 않아 '남아'라는 지칭하는 말이 크게 거부감이 없었겠지만 현대에서는 남녀 구별없이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현자'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행정고시와 사법고시에 패스한 저자의 이력도 놀랍거니와 어찌나 다독을 하였는지 책에 관한 저서만해도 여러 권이 된다고 한다. 그러니 지(知)와 현(賢)을 겸비한 학자이며 명장이니 절로 고개가 숙여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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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제목이 좀 낯설어서 유심하게 살펴보게 된다. '호모 비아토르'가 무슨 뜻일까?

호모 비아토르란 '떠도는 인간'이란 뜻으로 길위에 있을 때 아름다운 사람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길을 가는 사람이다. 인생 자체가 여행인 셈이다. 그 여행길에 가장 믿을만한 친구는 역시 책이 아닐까.

변함없이 나의 손을 잡고 평생을 함께 해주는 책이 주는 교훈은 저울로 잴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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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리스 오블리주의 모범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 빌 게이츠의 말은 책의 소중함을 한 마디로 정의하고 있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하버드대도 아니고 미국이라는 나라도 아니고 내 어머니도 아니다. 내가 살던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다.'

자신이 IT사업의 수장이긴 하지만 100년이 지나도 200년이 지나도 컴퓨터가 책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그의 말에 가슴이 울려온다.

마음이 스산해질 때 책이 가득 꽂힌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마음이 진정되고 포근해지는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참 불행하다는 생각이 든다. 손에 스마트폰이 떠나지 못하고 책이 팔리지 않은 요즘같은 시대가 계속 된다면 앞으로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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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공부하고 법조일을 하는 저자 자신이 법을 힐란하는 글을 꼽다니 정말 그의 정의로움이 그대로 녹아난다고 본다.

법원앞에 세워진 저울을 든 여신의 표상처럼 아무리 법이 공정하려고 해도 인간의 정서와 선, 그리고 악까지 다 담아낼 수는 없다.

'약한 자의 한숨과 눈물을 담아내지 못하는 법은 제대로 된 법이 아니다.'

'나라가 부패하면 할 수록 법률이 늘어난다.'

'법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위에서부터 어기기 때문이다.' 같은 글들은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글귀이다.


다독의 아이콘, 저자가 전하는 글귀는 다양하기도 하다. 전쟁터에 나간 군인들에게 장수를 원하는 인간들에게, 그리고 현명하고자 하는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던지는 현자들의 명언이 마치 앞서간 선자들의 발자국을 따르듯 편안하기만 하다.

바빠서, 어려워서 읽을 수 없다면 적어도 이 책이라도 읽어보기를 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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