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야화 - 천년을 떠돌던 역사 속 신비로운 이야기들
도현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는 승리한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유네스코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왕조실록'같은 역사서도

보면 사관과 같은 제3자의 엄격한 눈으로 저술되었다고는 하나 100%객관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쨌든 당시에 권력을 가진자들의 단점을 부각해서는 목숨을 부지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일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조선왕조실록은 사실을 기록하려고 애쓴 역사서임이 분명하다.

이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실록이나 역사서외에 일반일들이 쓴 야사들이 꽤 많고 은근 재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롭게 서술되었거니와 요즘 유행하는 '찌라시'라고나 할까.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들이 들어있어 당시 시대성을 엿볼 수 있기에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야화'는 제목만으로도 나를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마치 '천일야화'처럼 왕에게 바치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니 저자의 뚜렷한 역사관을 알 수 있게 된다.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을 이 책으로 이루어낸 것이 아닐까싶다.

주인공은 어느 왕인지 특정되지 아니한 시대에 말단 관리 송화로 야대에 지친 왕에게 잠시 즐거움을 주고자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여자들만 산다는 동해의 어떤 섬에 관한 이야기부터 귀신을 만났다는 사람들, 그리고 상상속에 동물 용에 관한 이야기까지 마치 추운 겨울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흥미롭기 그지없다.


강원도에 살고 있던 김상우의 세계일주기는 당시 조선이 모르던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바다를 지배하던 영국이 세계를 잠식해 나가는 이야기며 나파륜이라고 말한 장군이 바로 불란서의 나폴레옹이고 그가 야심을 갖고 유럽을 호령하던 시절의 이야기는 다소 엉뚱하기는 하지만 당시 세계사의 판도를 그릴 수 있었다.

실제 김상우란 인물이 답답한 조선을 떠나 바다로 향해 나아갔다가 향유고래를 만나고 태풍을 만나 세계를 떠돌았을리는 없겠지만 당시 세계 각국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있어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귀가 활짝 열릴것 같았다.



송화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던 왕이 이른 나이에 죽음에 이르자 송화는 마지막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선량한 왕 양무제는 그 선함이 결국 나라를 망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라는 말을 연상케한다. 군주란 섬함이 덕이 아니라 지혜가 덕인 것을 깨닫게 해준 이야기였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학자인 마키아벨리의 '항상 선한 태도를 지키는 사람은 주위의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포위당해 몰락하고 만다'라는 저자의 인용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과연 리더란 어떤 덕목이 필요한지 이 시대를 사는 지도자들은 한번쯤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이렇듯 역사란 미래에 대한 지도서가 된다. 몇 년전부터 다행스럽게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교육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지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그동안 역사에 무지했던 아이들에게 이런 재미있는 역사책들이 동화책처럼 읽혔으면 한다. 송화라는 인물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바로 역사의 지혜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