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첫눈은 사흘쯤 늦었다지만 강원도에는 폭설이 내려 어느새 올해의
마지막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됩니다.
이맘때가 되면 할일없이 마음이 바쁘고 지나간 시간들이 아쉬웠음에 후회가 밀려들기도 합니다.
문밖에는 눈발이 섞인 바람이 휭휭거리고 세상은 테러로 뒤숭숭한 요즘 그래도 샘터 한권으로 마음을
덥혀봅니다.
12월의 큰 행사인 크리스마스가 있어서 인지 표지에 특집 '우리 곁에 산타'라는 제호가 눈길을 끕니다.
어느새 산타는 현실에 없다는 것을 알고나서는 어쩌면 상상보다 더 멋진 산타가 내곁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나요? 내게 산타는
누구일까요. 아마 연로함을 무릅쓰고 맛있는 김장김치를 담궈 멀리 섬까지 보내주시는 엄마가 내 산타가 아닐까요.
며칠 전 읽은 '오봉로망'이라는 책은 파리에 있는 어느 서점의 이야기입니다. 명작만을 엄선하여 전시한 꿈의 서점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서
이런 서점이 꼭 있었으면 했는데 아쉽게도 이번호에는 '최후의 서점'에 관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로스엔젤리스에 실제하는 이 서점의 이름이 바로 '최후의 서점'이라는데 점점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가 되고보니 비감한 이 서점의 마지막
몸부림이 이름에 담긴 것 같아 씁쓸해집니다.
여권을 꺼내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집안 어딘가에 분명 있을텐데 기억도 나질 않네요.
언젠가 가보지 못한 세상을 여는 티켓처럼 소중하게 여겼던 적도 있었는데 십년 넘게 쓸일이 없다보니 아마 유효기간이 지나버린 여권이
어디에선가 생을 마치지 않았을까 싶네요. 해외로 가려면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유효기간에 대해 너무 무심했다가 막상 공항에 나가
난감했던 기억을 가진 분들도 있으실거 같습니다. 최소 6개월이상 남은 여권만을 통과시키는 나라가 꽤 된다는 거 기억하시길...최근에 제 친구도
공항에 나갔다가 여권을 가지고 오지 않은 걸알고 기겁해서 임시여권으로 출국했던 에피소드가 있었답니다.
서민교수의 기생충이야기는 늘 즐겁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무척 징그러웠습니다만.
저희 가족들도 해마다 봄 가을로 구충약을 먹고 있습니다만 생각보다 기생충은 그리 많이 감염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세계에서는 기생충으로 실명은 물론 목숨까지 잃는 일이 흔하다고 하는데 기생충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았고 이미
기생충의 위험에서 벗어난 선진국의 학자들이 기생충 후진국을 위해 끝까지 연구를 해왔다는 사실이 감동스럽습니다. 이런 마음이 충만하다면
파리테러같은 비극은 없었을텐데말이죠.
가까운 일본에서는 어느새 노벨수상자들이 꽤 나왔는데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려면 아직 멀었다니 대한민국이 분발해야겠다는 조급증이
들기도 합니다.
'할머니의 부엌수업'은 언제나 행복합니다. 입맛을 다시면서 레시피를 암기하는 재미가 쏠쏠한데요. 이번호에 소개된 호박전무침은 오래전
돌아가신 어머님이 자주 해주셨던 음식이라 사진을 보는 순간 울컥했습니다.
그저 숭숭 썰어서 기름에 부쳤다가 양념으로 무쳐낸 간단한 음식이지만 여전히 어머니의 손맛만큼은 나오질 않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음식에는 추억이 깃들기 마련이고 내 아이들은 어떤 음식을 보면서 나를 추억할지 궁금해집니다.
2015년 주는 맘 받는 맘의 선물은 웃는 당나귀인형이랍니다. 이제 인형을 갖고 놀 아이가 없어 저는 패스하겠습니다.^^
마지막장에 있는 이름 요지경에 언젠가 꼭 투고를 해야겠습니다. 제 이름 만만치 않거든요.
하도 딸을 나서 제발 딸좀 그만 나오라고 '그만'이라고 지을려다 그래도 너무하다 싶어 '이금안'이라고 지었다는 사연을 보니 오래전
남아선호사상속에 울었을 우리 어머니들과 딸들이 생각나 뭉클해집니다.
지금은 딸이 최고인거 다 아시죠?
'깊은 물은 소리없이 흐른다'
한 세상을 소용돌이 치듯 살다가신 대통령의 장례식을 보면서 문득 샘터 뒷표지의 글이 가슴에 박힙니다.
우리 삶은 소리없이 흐르고 있던가요. 2015년 모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