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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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호시탐탐 조선을 넘보던 시절 의로운 백성들이 들고 있어섰다.

가진 것이라곤 죽창이요 낡은 총 몇자루가 전부였지만 의로 뭉친 백성들의 함성은 뜨거웠다.

그 맨 앞 우두머리였던 사내를 우리는 녹두장군이라 불렀다.

 

 

조선이 백성의 것이 아닌 그 시절, 궁궐에는 일제의 앞잡이들이 하나 둘 자리를 꿰어차고 있었고 한 때 천하를 호령하던 대원군은 뒷방 늙은이가 되어 기울어가는 조선의 마지막을 쓸쓸히 지켜보던 그 때.

분연히 일어나 조선을 지키려했던 농민들은 녹두장군 휘하에 모여들었고 그들은 그렇게 관군들과 전투를 벌인다.

누가 보아도 승산은 이미 바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죽을자리를 보고도 달려들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닌 자들의 고독한 싸움은 눈물겹기만 하다.

 

이미 세상을 버린 아내는 그렇다치고 성혼을 한 큰 딸자식도 그렇다치고 아직 혼례도 올리지못한 갑례라는 딸을 두고도 전봉준은 죽을 자리로 뛰어든다. 그런 아비를 둔 갑례는 언젠가 주검으로 발견될 아비와 연인을 위해 표식을 새긴 목도장을 쥐어주었더랬다. 조선의 백성들은 죽으러가는 지아비를 아들을 그렇게 내어주면서 어떤 미래를 그렸을까.

 

찬바람이 서슬하고 비도 추적거리는 가을 밤 길을 걸으면서 눈길을 헤치며 관군을 피해 도망가던 동학군, 아니 우리 백성들을

떠올렸다. 마땅한 신발은 있었을 것인가. 찬바람 막을 옷가지는 또 어떻고. 이미 죽음을 예감한 그들의 행로는 자유를 향한 외침...그리고 숙명을 향한 마지막 발걸음이었으리라.

 

다시금 국권을 찾으려는 대원군의 마지막 안간힘과 전봉준의 의는 서로 그렇게 맞아 떨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미 대세는 일본에게로 기울어 망국의 기운이 창궐하는데...그나마 녹두의 봉기가 없었더라면 조선의 의로움을 일제는 알기나 했을것인가.

그리고 그를 따랐던 수많은 백성들의 잊혀진 이름을 이 소설은 되살렸다.

이름모를 산골에서 들판에서 죽어간 그들은 언젠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줄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 땅위에 흩뿌려진 그들의 피가 이 나라를 일으켰다. 분명 그 때는 그들의 피가 고귀하였음을 알지 못했으리라.

쌍도치라 불렸던 을개란 사내와 관직을 버리고 동학군이 된 이철래와 또 그들을 사랑했던 여인들.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이 자라 이 땅위에 역사가 되었다.

고독한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자꾸 가슴이 저려왔다. 그리고 작가가 고른 언어가 조금은 어렵기도 하였다.

그래도 내가 그들을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주어야 그들의 죽음이 고귀해질 것만 같아 자꾸 되뇌어보았다. 작가의 오랜 노고가 고스란히 전해진 소중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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