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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노력하지 말아요 (리커버 한정판) -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은 당신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예유진 옮김 / 샘터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숨가쁘게 살아온 시간들이었다.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던 시간들!
전후 가난하고 배고프고 빽도 없는 우리 국민들 그저 무조건 열심히, 부지런히 달려와야 살아남는 줄 알았다. 허리끈 졸라매고 먹을 것 아끼고
자식들 뒷바라지 하고 그렇게 달려온 시간들은 이제 풍요라는 결실을 얻어 살만한 시절이 되었다. 그래도 습관은 무서운 법이라 좀 느긋하게 살아도
좋으련만 여전히 '빨리빨리', '더 열심히'를 놓지 못하고 있다.
'천재는 1%의 재능과 99%노력'이라는 말도 있듯 아무리 재능을 타고 났어도 노력하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배워온 우리로서는
'너무 노력하지 말아요'라는 제목이 좀 당황스럽기도 하다.
자의적으로 전쟁을 일으킨 일본과 일방적인 침략으로 전쟁을 겪은 우리나라는 전후비슷한 행로를 걸었다.
파괴된 나라를 일으키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하면서 달려왔고 기적적인 경제부흥을 맞았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보다 살짝 앞선 세대가 아마
일본의 경제를 견인하지 않았나싶다. 저자인 고코로야 진노스케 역시 이런 시간들을 지나온 것같다.
대학졸업취업 1기생이니 사회에서 큰 기대를 가졌을 것이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했을 거란 짐작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문득 외롭다고 느끼고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가족과 친구들이 멀어져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지나온 시간들이 행복하지 않았고 자신이 많이 망가져있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하긴 일본의 국민들이나 우리나라의 국민들의 장점이자 단점은 너무 부지런하고 너무 열심히 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쉬는 법을 모르고 즐기는 법을 모르니 인생을 돌아보면 행복수치가 높지 않을 수밖에 없다.
아뭏든 저자는 과감히 사표를 내고 '셩격 개선 전문 심리 카운슬러'라는 다소 생소한 길을 걷게 된다.
말하자면 너무 열심히 살지 말고 좀 느긋히 즐기며 살라는 이야기이다.
누군가는 이제 먹고살만 하니 배가 부르구나...하고 빈정댈지도 모르지만 일견 그의 조언에 귀가 솔깃해진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가난을 버텼던 시간을 버리고 이제 고급 호텔에 티룸에서 차도 한 번 마셔보고 전부터 갖고 싶었던 브랜드 제품도 구입하고
자신을 아끼고 낭비하지 말라는 말이 좀 낯설게도 들리지만 왠지 '나'를 소중하게 여기라는 말같아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열심히 노력해서 성과를 인정받고 도태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던 시간들을 이제 좀 내려놓아야 하는건 맞다.
서점에는 온통 어떻게 하면 성과를 높히고 성공으로 달려갈 것인가 하는 책들이 범람하고 있다. 아주 가끔 '느림'을 찬양하는 책이 보이긴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좀 적당하게 살자'라고 하는 책은 처음이 아닐까.
내가 가장 공감이 갔던 글귀는 '거절을 잘하자'였다. 나 역시 대쪽같이 고지식한 면이 있지만 누군가 부탁을 하거나 명령을 하면 거절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다 보면 싫은 감정으로 겨우 일이나 사람들과 대면해야하고 스트레스로 마음을 상했던 일이 많았었다. 당장은 상대에게 나쁜
감정이 생길지 모르지만 내가 행복한 것이 일단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거절할 줄 알면 자유로워져요' 여기서 자유란 정신의 여유가
아닐까.
에니메이션을 보듯 간단하면서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글귀가 참 편안하다. 아마 그의 강의도 이럴 것이다.
그가 왜 바쁜지 알것만 같다. 자신은 극구 인정하지 않지만 분명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고 역시 부지런한 사람이다.
빽빽히 써있는 스케줄을 보고 하나씩 지워나가는 내 생활에도 조금쯤 여유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쉬엄쉬엄 쉬면서 나를 좀 덜 볶아가면서
살고 싶어지는 고마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