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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시 - 한시 학자 6인이 선정한 내 마음에 닿는 한시
장유승 외 지음 / 샘터사 / 2015년 9월
평점 :
소설처럼 긴 호흡의 글이 있는가 하면 촌철살인같은 단 몇 마디의 말로 세상을 압축시킨 글이 있다.
시가 바로 그러한데 제목처럼 하루에 한 편씩 시를 읽자는 의미도 있겠고 한시(漢詩)의 의미도 있는 것 같다.
오래전부터 문(文)을 숭상하던 우리 역사에서 그 옛날 시를 잘 짓는 사람들은 꽤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한자 교육이 사라지고 한자를 잘 모르던 세대에서 보면 낯선 글이 될지도 모르지만 겨우 몇자의 한자속에 깃든 심오한 의미를 생각하며 곱씹어
읽어볼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6명의 학자들과 함께하는 한시는 참으로 그윽하기만 하다.

비록 한자를 모르더라도 자상한 해설이 나와있으니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매월당 김시습의 시를 보면 흔히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의 마음을 안다는 뜻이 귀하게 담겨있다.
만고의 진리인 이 말을 오래전 성인에게 들으니 그 뜻이 또 가까이 다가온다. 역시 어른이 되어봐야(몸만 어른이 된다는 뜻이 아니다) 부모의
참 마음을 알게 된다는데 나 역시도 오십줄을 넘어서야 홀로 계신 어머님이 더 소중한 것을 알았다.
단순히 어른이 되어야 부모의 은혜를 안다는 뜻외에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속뜻으로 해석하는게 더 멋지다.

과거에 효란 인간의 본성이자 자연의 원리라고 하였지만 지금 이 시대에서 효(孝)란 기대하기 어려운 성정이 되어버렸다.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어찌 효까지 바랄 것인가. 다만 마음으로라도 다가와 주었으면 하는 것이 모든 부모들의 바람이 아닐까.
반포지효라는 고사성어가 갑자기 눈물겹다. 나 역시 효를 다하지 못했으니 자식에게 무엇을 기대한단 말인가. 싯귀 하나에 갑자기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어쩌면 인생 그 자체가 여행이고 우리 모두는 나그네 일지도 모른다. 그저 잠시 이 시간에 머물다 가는 그런 손님말이다.
이 한시에 바로 그런 뜻이 담겨있다. 조경이란 인물은 선조시대에 태어나 인조를 거쳤는데 슬픔의 시간을 거친 인물이라
그런가 세상을 초월한 듯한 싯귀가 아련하다. 고향이 없는 시대가 되고보니 더욱 이 시가 마음에 닿는다.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인생이니 굳이 태어난 땅이 무슨 소용인가. 지금 머무는 곳이 고향이고 사는 것은 잠시 다녀가는 일인 것을.
요욕칠정의 일이 덧없이 느껴진다.
싯귀 하나 하나가 가슴에 와 닿지만 풀이해놓은 글귀들도 참 멋들어진다.
'이별앞에서 우아해질 수 있을까',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밤손님 이야기'처럼 얼른 읽고 싶어지는 머릿글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살다보니 '옛말 그른거 없다'라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절로 공감이 된다.
하루에 한 편 한시(漢詩)로 마음을 닦아보는 것이 어떠할까.
메마르고 각박했던 마음에 온기가 돌고 여유로움이 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