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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노을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5년 7월
평점 :
'푸른 하늘 맥주'에 이은 모리사와 아키오의 추억의 에세이집이다.
스무살 무렵 아키오는 노숙방랑을 일삼았던 모양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야영을 하며 때로는 낚시를
하면서 시원한 캔맥주를 먹는 낙으로 살았던 시간이 있었단다. 암튼 맥주를 너무 좋아한다.
오죽하면 제목도 맥주가 들어갈까. 때로는 혼자 때로는 오토바이 친구인 미야지마와 함께 한
여행은 철지난 야영장에서 귀신들 노니는 소리에 혼비백산 하기도 하고 귀한 은어를 너무 많이
주시는 할아버지를 만나 수박냄새가 나는 은어똥을 싸기도 했단다.
참 유쾌한 여행기에 에어콘을 틀고 방콕독서를 즐기는 내 입가에 웃음이 대롱거렸다.
![](http://blogfiles.naver.net/20150812_225/hjmjkklll_1439360660182RNap9_JPEG/007.JPG)
젊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가난한 대학생 시절이지만 나름 낭만을 갖고 전국을 떠도는
모리사와의 행복한 얼굴이 떠올려진다. 때로 엉뚱한 사건에 휘말리거나 나와는 다른 야영객을 만나 당혹스런 일을
겪기도 하지만 자유분망한 그의 여행은 달콤하고 쌈싸름한 맥주향기에 절로 취한다.
![](http://blogfiles.naver.net/20150812_54/hjmjkklll_1439360789414N5bYB_JPEG/004.JPG)
낚시에 운이 전혀 따라주지 않은 사토형에 대한 이야기는 안타깝기도 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운이 없을 수가 있을까? 옆에 있는 사람들이 연이어 고기를 낚아올려도 고기 한마리 잡지
못하고 낚시대가 뽀개지거나 줄이 엉키거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다니 정말 낚시운이 없는 형이다.
오죽하면 이런 연구서까지 등장했겠는가.
'파칭코를 해서 딴 돈으로 낚시도구를 산게 잘못이었다.'라는 란에 와서는 데굴데굴 구를만큼 웃음이 넘쳐났다.
잘하면 내탓 못하면 조상탓이라고 '그러고 보니 한동안 성묘를 하지 않았다.'라는데 와서는 역시 조상탓이 맞다고
결론짓는다. 푸하하..지금도 사토형 낚시운이 없는지 궁금해진다.
![](http://blogfiles.naver.net/20150812_45/hjmjkklll_1439361040070w1BI2_JPEG/005.JPG)
섬에 들어와 유일한 취미가 되어버린 낚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공감! 공감!을 외치고 말았다.
실제로 초심자의 낚시운이 있기 때문이다. 옆에서 나란히 낚시를 해도 잡히는 사람만 잡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낚시에 '낚'자로 모르는 사람이 연이어 고기를 건져올리는 일이 많다.
오호 바다건너 모리사와의 낚시터에서도 그런 일이 있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낚시대를 바꿔도 마찬가지다. 흠..역시 어복이 있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자신만이 즐기던 아지트가 이제는 들통이 나고 예전처럼 방랑여행을 즐기기엔 자유로움이 없어지는 나이가
되어버려 더 이상 방랑여행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참으로 아쉽다. 모리사와의 방랑기가 더 이어졌으면 더 유쾌한 동행이 될텐데 말이다.
그나저나 덩치는 산만하지만 귀신은 엄청 무서워하는 오토바이 친구 미야지마가 너무도 궁금하다.
지금도 걸어서 5분거리에 산다고 하니 언젠가 그 친구 이야기도 자세히 들어봤으면 좋겠다.
너무도 죽이 잘맞는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푸른 하늘 맥주'와 '붉은 노을 맥주'에 이어 '그래도 맥주'같은 책이 나오지 않을까.
정말 소설로 만나는 모리사와와 에세이에서 만나는 모리사와는 너무 다르다. 그래서 그가 더 재능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에 언제 꼭 맥주한잔 같이 하고 싶은 작가다. 바다 건너 내가 사는 섬까지 날아온 그의 추억이
너무도 유쾌했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