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최혁곤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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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기자인 박희윤과 여색을 밝히다 퇴출당한 전직 형사 갈호태의 사건해결기라고나 할까.

이런 포멧의 탐정소설은 사실 일본에 많은 편이다. 하지만 탐정이라는 직업이 존재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두 남자의 사건해결기는 굳이 분류하자면 탐정인듯 탐정아닌 탐정같은 미스터리

소설이다.



박희윤은 한 때 시민단체에서 주는 보도상과 기자협회대상까지 휩쓴 잘나가는 기자였다. 하지만 애인이었던 채연수가 납치되고 납치범의 전화에 현장까지 불려갔던 박희윤은 결국 협박범을 놓치고 끔찍하게 목이 잘려 없어진 채연수의 시신과 맞닥뜨린다. 그 충격으로 기자생활을 접고 친구인 갈호태의 카페 '이기적인 갈사장'에서 빈둥거리는 생활을 한다. 워낙 여색을 밝히다가 불명예 퇴출당한 갈호태는 부잣집 아들로 아버지가 차려준 카페에서 오가는 여자를 훔쳐보는 재미에 푹빠진 엉뚱남이다.


두 사람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아니 사건을 몰고다니며 특종을 취재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여기자 홍예리는 함께 사건에 휘말리고 해결해나간다.

전직 탈레반 대원으로 의심되는 파키스탄인을 뒤쫓던 세 사람은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는 사장을 혼내주기 위해 폭탄을 터뜨리는 외국인들을 처리하기도 하고 잘 나가는 의사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해결하기도 한다.

옴니버스 형식의 전개로 마치 홈즈와 왓슨같은 두 남자의 사건해결기는 손에 땀을 쥐는 액션이나 스릴러보다는 조금쯤은 유머러스하고 발랄하기까지 하다.

다만 박희윤이 기자생활을 접어야했던 애인 채연수의 살인사건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여인들이 연쇄적으로 살해된 이른 바 '바리캉맨'살인사건의 희생자라고만 생각했던 이 사건에는 오래전 박희윤과 홍예리를 기자대상까지 받게 해주었던 일과 깊은 관계가 있음이 드러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네이버 지도에 광화문을 계속 검색해보곤 했다.

갈호태의 '이기적인 갈사장'이 있는 세종문화회관 뒷편에 꼭 그 카페가 있을 것만 같았고 범인이 등장하는 금호아시아나 그룹 사옥 뒷편에 '삼오식당'이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희윤에게 기자상을 선물했던 '국가 정보기관장들 조직적 대선 개입 혐의'는 사실 얼마전 우리 사회를 떠들석하게 했던 실제사건이었고 광화문네거리에서 내부정도 유출로 자신의 신상정보가 노출된 여자의 투신사건이나 등록금 인하시위를 벌였던 대학생들의 모습은 소설속 가상이 아닌 현실이었기에 이 소설이 좀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밀실 살인 사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 '증심도 살인사건'에서는 추리력이 돋보이는 정통 탐정극이 연출되었고 집을 나간 개 ''덕식이'를 찾아 헤매는 사건에서는 1차 사건뒤에 감추어진 2차 사건의 진실까지 파헤치는 집요함이 돋보인다.



하지만 압권인 것은 역시 '바리캉맨'살인사건처럼 보였던 채연수 살인사건과 홍예리 납치사건에 얽힌 비밀이었다.

의협심과 공명심에 잠시 눈이 어두워져 자신에게 기자상을 선물했던 사건 제보자의 부탁을 잊었던 일이 결국 살인과 납치로까지 이어져 비극이 되었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범인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정설을 확인시켜주었다. 사건 해결에 은근히 도움을 주었던 매력적인 그녀의 정체는? 꼭 확인해보시길.


다소 엉뚱하지만 마지막 순간 친구 박희윤의 목숨을 구한 갈호태와 그의 전 상자였던 '하마 영감' 그리고 박희윤의 다음 활약을 예고하는 '미제사건수사반'의 결성! 탐정이 아닌 정식 수사관으로 거듭나는 다음편이 기대된다.

요 소설 드라마로 제작되면 딱인데...갈호태역으론 박상면? 박희윤은 김명민? 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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