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네트의 고백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마리오네트란 인형의 마디마디를 실로 묶어 사람이 위에서 조종하는 인형극이나 그 인형을 뜻한다.

이 책의 주인공이기도 한 프랑스의 외딴 시골마을에 수의사 상드라가 바로 마리오네트였다.


파리 방돔광장의 유명한 보석상에 4인조강도가 출몰하여 3천만 유로에 달하는 보석을 탈취하여 도주한다.

하지만 강도들이 미처 차를 타기도 전 나타난 경찰들과 총격전을 벌이게 되고 리더격인 라파엘의 동생

윌리엄이 총상을 입은 채 마련해놓은 은신처로 향하지만 인근의 갑작스런 화재로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들 때문에 방황하게 된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사경을 헤매는 윌리엄에게는 의사의 처치가 필요하지만 병원은 갈 수가 없고 결국 어느 시골마을앞을 지나다 동물병원앞에 적힌 수의사의 메모를 보고 도움을 청한다. 그녀가 바로 '상드라'였다.



군인경찰인 남편은 출장중이었고 빈집이었던 상드라의 집으로 향한 라파엘 일당은 윌리엄을 수술하라고 협박하고 수의사인 상드라는 응급처치를 하게된다. 하지만 너무 많은 피를 흘린 윌리엄은 쉽게 깨어나지 못하게 되고 기력을 회복할 때까지 이 집에 머물기로 한다. 졸지에 인질이 되어 강도들을 보살피게 된 상드라!

온갖 시중과 모욕을 견디며 이들을 돌보던 상드라는 반드시 보복하겠다고 결심한다.

강도사이를 이간질하던 상드라의 꼬임에 넘어가 서로가 불신하는 가운데 몰래 탈출하려던 강도중 프레드는 라파엘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공범인 크리스텔은 온몸이 묶인 채 감금된다.

그러던 중 집으로 돌아온 상드라의 남편 파트릭이 돌아오게 되고 라파엘은 쉽게 그를 제압하여 감금한다.

하지만 이제부터 이 소설은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시골의 농가주택인 상드라의 집에 얽힌 끔직한 비밀들과 그녀의 남편이라고 믿었던 파트릭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보석상을 털고 경찰을 죽인 범인 라파엘과 윌리엄은 오히려 피해자가 되어 버린다.

교묘한 술책으로 묶인 몸을 풀게하고 도리어 라파엘과 윌리엄을 인질로 삼은 파트릭은 사이코패스였던 것이다.

그가 오래전부터 저지른 끔찍한 범죄와 그로 인해 납치되어 고통속에 죽어간 여자아이들.

출장중이라며 다녀온 일은 오래전부터 눈여겨봐왔던 예쁜소녀 제시카와 그녀의 친구 오렐리를 납치한 것이었다.

이제 상드라의 집에는 보석을 탈취하고 도주중인 라파엘 일당과 납치되어 온 소녀 둘이 살아남기 위해 전쟁을 치르게 된다.


악과 선의 경계는 무엇일까? 저질러진 죄에도 각각의 무게가 존재할까? 이를테면 어쩔 수 없이 경찰을 죽이기는 했지만 절도로만 감옥살이를 했던 마흔 두 살의 라파엘의 죄가 사이코패스인 파트릭의 죄보다 가볍단 말일까.

실제로 라파엘은 옆방에 갇힌 두 소녀를 구하기 위해 파트릭의 시선을 뺏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소녀들이 당할 고통과 죽음의 그림자를 거두기 위해 심리극을 연출하기도 하고 고문도 이겨내는 등 최선을 다한다.

그의 이름처럼 '라파엘'은 이제 보석을 턴 도둑이라기 보다 소녀들을 구하는 천사의 모습으로 거듭난다.

일찍 가장이 될 수밖에 없었던 라파엘은 자신의 불행을 거두어 낼 방법은 어마어마한 돈을 훔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었고 한 때 형의 보살핌으로 바른 길을 가려던 윌리엄역시 열심히 살아봤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는 틀렸다고 판단해 형과 함께 보석을 훔치기로 했었다. 이 일이 성공했더라면 그들은 행복했을까.


가장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파트릭역시 어떤 면에서는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어린시절 자신이 당했던 성폭행에 심한 트라우마가 있었고 결국 자신이 누군가에게 되갚음하는 악마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파트릭에 의해 자아가 완전히 상실된 상드라는 피해자일까 가해자일까.

심지어 파트릭의 끔찍한 범죄에 가담하고 즐기기까지했던 그녀의 실체는 단순히 마리오네트라고만 할 수가 없다.


모든 인간들을 조종하려는 파트릭과 그의 인질들이 펼치는 심리극이 아주 볼만하다.

보석을 훔치고 사람을 죽였지만 어린 소녀들을 구하려는 라파엘의 희생정신도 대단하다.

결국 라파엘은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는 것으로 감옥에 갇힌 것보다 더한 처벌을 받게된다.

악인의 최후가 좀 더 극적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끝까지 소설속 인물들은 죄의 실체를 알지 못하게 했던 '너는 모른다'에 이은 카린 지에벨의 역작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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