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 김용택의 꼭 한번 필사하고 싶은 시 감성치유 라이팅북
김용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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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근래 컬러링북이 한창 인기다. 특별한 내용도 없이 우리 어린 시절 색칠하기책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빈곳을 자신만의 색으로 칠하다보면 뭔가 채워지는 듯한 만족감을 느껴서인지 반응이 뜨겁다.

이 책 역시 시로 채우는 컬러링북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면에 시가 적혀있고 곁에 빈 란에 그 시를 채워넣는 '따라쓰기 좋은 시집'이라고 해야겠다.


 

'누구나 눈물 한 말 한숨 한 짐씩 짊어지고 밤하늘의 별들 사이를 헤매며 산다'라는 작가의 말이 따뜻하다.

시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을 따라가다 보면 시가 헤매는 우리 마음을 잡아줄지도 모른다는 그 말에 코끝이 찡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시 '긍정적인 밥'에서 함민복은 '시 한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라고 가난한 시인의 삶을 찬양한다.

아마도 이 시가 쓰여질 무렵 시 한편의 원고료가 그 정도였던가보다. 아마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 싶다. 시써서 부자가 되었다는 시인은 거의 본적이 없다.

아마 쌀 두말보다는 몇 가마쯤 들여놓은 시인은 몇 명 될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시인의 삶은 고달프지만 무병을 앓고 굿을 해야 목숨을 잇는다는 무당처럼 그들은 시를 쓴다.

 


 

'접시꽃 당신'의 작가 도종환의 '흔들리며피는 꽃'은 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일 것이다.

흔들리는 꽃이 마치 우리네 인생과 다름없어 흔들흔들 흔들리면서도 줄기를 곧게 세우고 살아야 한다는 이 시를 읽다보면 비틀비틀 위태로운 내 인생도 잠시 위안을 얻는다.

시 한권을 세상에 내놓기위해 시인들은 수많은 밤을 지새우고 수 많은 종이위에 핏물같은 언어들을 나열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들이 마음으로 다가오면 춤이 되고 노래가 되고 역사가 된다.

 


 

독일의 유명한 시인인 라이너 릴케는 젊은 시인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마음속에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하여

인내를 가지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

그건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건.

모든 것을 살아 보는 일이다.'


글쎄 그러면 언젠가 시인의 충고처럼 삶이 나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까?

두툼한 소설이 전해도 모자란 의미들을 단 한줄로 압축해서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 드는 주옥같은 시 111편 속에서 반짝 거리는 별들을 발견하고 그 별들이 우리의 슬픔들을 거두어 가져 갈지도 모르겠다.

책의 맨 뒷면 '아무리 유익한 책이라도 그 반은 독자가 만드는 것이다.'라는 볼테르의 말에서

읽히지 못하면 완성되지 못하는 책의 운명이 느껴졌다. 그 반은 채워야 비로소 책은 완성된다는 뜻이 아닐까.

지금도 서점에는 완성되지 못하고 꽂힌 시집들이 무수할 것이다.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듯 그 많은 책들이

소생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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