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로맹 퓌에르톨라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확실히 스웨덴의 가구 '이케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인 모양이다. 작년이던가 우리나라에도
상륙한 이케아의 침대를 사러 인도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날아온 고행자 파텔의 여행기이다.
어머니는 자신을 낳고 바로 죽고 아버지는 고모에게 자신을 맡긴 후 사라졌다. 자신을 짐짝처럼
여겼던 고모보다는 이웃 아줌마의 보살핌을 받으며 컸던 파텔은 눈속임 마술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못이 박힌 침대가 필요하다고 꼬득여 이웃들이 모아준 돈으로 파리로 날아온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주머니에는 가짜 위폐인 100유로가 전부였다. 공항에서 탄 택시에 '이케아'를 외쳤고
얼핏보아도 이방인임을 눈치챈 택시기사 귀스타브는 일부러 길을 돌아가 택시비를 많이 챙기려한다.
이케아에 도착한 파텔은 위폐 100유로를 지급하지만 간단한 마술(돈에 보이지 않는 줄을 매달아 다시
낚아채는)로 돈을 회수한다. 귀스타브는 그 사실을 업무가 끝난 후 정산하면서 알게되고 집시 특유의
집념으로 끝까지 그 인도 사깃꾼을 찾기위해 그의 뒤를 쫒는다.
이케아에 도착한 파텔은 자신이 카다로그에서 보았던 모델은 매장에 없으며 하루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할 수없이 매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게된 파텔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케아직원을 피해 옷장에 들어가게 되고 그 옷장은 포장되어 영국으로 향하게 된다. 트럭에 실려 해저터널을 지나가던 중 트럭안에 수단인들이 영국으로 밀입국하려 몰래 숨어 탔다는 것을 알게되고 파텔과 수단인들은 영국 국경에서 들켜 결국 스페인으로 보내지게 된다.
왜 꼭 스페인이었냐는 장면이 아주 흥미롭다. 밀입국자들의 몸에서 부채가 발견되면 여전히 오늘날까지도 그 구태의연한 구식 선풍기를 쓰는 사람들은 스페인뿐이라는 알량한 판단으로 작은 나무 숟가락을 카스타네트조각이라고 우겨서는 스페인에서 온 사람이라고 못박는다. 이 표현들이 실제적인 사건인지는 모르지만 영국으로서는 가까운 프랑스보다는 스페인으로 추방시키는게 이롭기 때문에 어거지로 끼워맞춘다는 유머스런 설정이 아닐까 싶다.
이케아 매장에서 마리라는 아가씨를만나 사기를 쳐서 돈을 뜯어낸 파텔은 여행내내 그녀를 그리워한다.
마리역시 입술에 피어싱을 하고 가무잡잡한 피부를 지닌 파텔을 본 순간부터 가슴이 설레었다.
하지만 파텔은 영국으로 다시 스페인으로 추방되고 자신을 쫓아온 택시운전사 귀스타브를 피해 소피모르소의 옷가방에 숨어 이탈리아 로마로 향하게 된다. 그녀의 옷가방에서 파텔은 자신이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정말 되고 싶었던 작가의 꿈을 기억해내어 아주 엉뚱한 소설을 자신의 옷에 쓰게 된다.
로마의 호텔에서 소피에게 발견된 파텔은 그녀의 도움으로 출판사 사장을 만나 첫소설의 판권을 팔게된다.
무려 10만유로에!! 하지만 역시 귀스타브의 연락으로 로마에 살던 사촌 지노에게 쫓겨 열기구에 타게되고 연료가 떨어진 열기구는 바다로, 지나가던 배에 발견되어 리비아 트리폴리로 향한다.
그야말로 9일동안 대장정을 하게 된 셈이다. 다소 엉뚱하고 유머러스한 여행이지만 파텔은 국경을 넘기 위해 목숨을 건 밀입국자들의 삶을 보며 큰 깨달음을 얻는다. 자신이 사라지면 세상은 그를 사깃꾼, 도둑놈, 다른 사람에게 아무것도 베풀지 않았던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란걸.
파텔은 누군가를 도와주기 전에 죽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생각지 않게 얻게 된 10만 유로는 국경을 넘기 위한 사람들을 돕게되고 그리워하는 마리를 보기 위해 파리로 향하는 경비가 된다.
도움이 간절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순간 붕 떠오른 것같은 희열을 맛본 파텔은 다시 만난 마리와 결혼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글을쓰고 돕는 일을 하게 된다.
파텔의 여행은 사기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자신보다 더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고 작가로 거듭나고 도움을 필요로하는 사람으로 재탄생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실제 이런 여행이 가능할 것같진 않지만 인도 촌뜨기 파텔을 통해 다른 나라의 국경을 몰래 넘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이해하게 된다. 고행자란 명상과 달변에 능한 사람이 아니라 바로 이렇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 사람이다. 파텔역시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알에서 깨어났고 다시 누군가를 깨우는 사람이 된다.
38세가 될때까지 무려 31번을 이사할만큼 역마살 대왕인 작가의 경험이 아주 잘 담겨져있다. 또한 밀입국자들을 접하면서 느꼈던 인간적인 고뇌들이 이 작품으로 잘 승화되어있다. 이 소설의 해피엔딩처럼 파텔같은 괜찮은 고행자들이 그들의 손을 잡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책을 덮었다.